‘렌터카 +대리기사’로 한국형 우버 도전

  • 주간동아
  • 입력 2018년 7월 29일 0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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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크리에이션, “현행법 내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승차공유 사업모델”

[사진 제공·차차크리에이션]
[사진 제공·차차크리에이션]
7월 23일 오후 기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차차’를 호출했다. 전기차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에 탑승해 10분 후 삼성동 코엑스에 도착. 요금은 3500원이었지만 ‘첫 탑승 50% 할인쿠폰’을 적용해 1750원을 냈다. 실제 지갑을 꺼낸 것은 아니고, 차차 애플리케이션(앱)에 미리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자동결제됐다. 일반 택시라면 4000원가량 나왔을 거리. 쿠폰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10%가량 저렴하게 이동한 셈이다.

그런데 앱에 뜬 영수증 내용이 특이하다. 이용요금 3500원이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렌터카 요금 175원’과 ‘대리운전 요금 3325원’.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이동한 게 아니라, 렌터카를 빌려 대리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맡긴 셈이다.

차차크리에이션(대표 김성준)은 신개념 승차공유를 시도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승차공유 서비스 ‘차차’는 고객이 누군가가 소유하고 운전하는 차량을 얻어 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렌터카를 대여해 대리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맡기게 돼 있다.

평소 차차 운전사는 자신의 명의로 빌린 렌터카를 몰고 다닌다. 그가 차차 앱에 뜬 손님의 승차 호출을 수락하면, 그 순간 그가 빌린 렌터카는 렌터카업체에 자동 반납되고, 그의 신분은 렌터카 임차인에서 대리운전기사로 바뀐다. 반납된 렌터카는 차량을 호출한 손님에게 대여된다. 손님이 목적지에 도착해 하차하는 순간 차량은 다시 차차 운전사에게 임차된다. 이 모든 과정은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차차는 차량 호출 직전 고객에게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동시에 호출하며 승차 시 계약체결, 하차 시 계약종료 됨을 동의함’이란 안내문에 동의할 것을 요청한다.

차차크리에이션이 이처럼 독특한 사업모델을 갖고 나온 배경에는 승차공유 규제가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은 택시가 아닌 일반 자동차가 ‘돈 받고 승객을 태워다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버나 카풀 서비스 풀러스의 ‘시간선택제’ 서비스는 규제에 막혀 좌초됐다.

이에 차차크리에이션은 ‘렌터카’ 카드를 들고 나왔다. 현재 대리운전은 합법이고, 대리운전기사가 렌터카를 모는 데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승차공유를 하려는 ‘손님’이 일반 자동차를 얻어 타는 것이 아니라 렌터카를 빌려 대리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맡긴다면, 그리고 이와 관련한 계약 등 제반 사항이 정보기술(IT)로 실시간 이뤄진다면, 실제로는 우버와 다름없지만 여객법을 위반하지 않는 ‘법적으로 안전한’ 서비스가 된다.

강남에서 시작…8월부터 서비스 지역 확대

그렇다고 누구나 렌터카 임차인에게 대리운전기사를 알선해줄 순 없다(여객법 제34조 2항). 다만 예외적으로 대리운전 서비스 업체를 통한 대리운전기사 알선은 허용된다(여객법 시행령 제18조 2항). 차차크리에이션은 위치정보 및 위치기반 서비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사업자인 동시에 대리운전 서비스 사업자로도 등록돼 있다.

차차크리에이션은 2016년 8월 렌터카와 대리운전기사를 조합한 승차공유 사업모델에 대한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지난해 10월 차차 서비스를 개시했다. 7월 22일 현재 67대의 차차 차량이 서울 강남 일대(강남·서초·송파구)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라 승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만 가능하며, 서울 전역과 인근 경기 성남·과천시까지만 이동할 수 있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8월부터는 차량을 100대까지 늘리고 출발지를 서울 용산·성동·광진구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개시 9개월째인 현재 차차는 고객과 운전사 모두에게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차차는 3만5000여 명의 회원을 모았고, 실제 차차를 이용해본 회원이 다시 차차를 이용하는 비율이 71%에 달한다. 10회 이상 차차를 이용한 ‘단골’ 회원도 30%나 된다. 차량 대수와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성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기사님이 친절하고 조용해서 좋다’ ‘차량이 깨끗하고 저렴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등의 후기가 올라온다.

현재 차차의 ‘드라이버’(렌터카를 임차해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사)는 모두 전업 운전사로, 근무 형태나 수익 등을 종합해보면 ‘괜찮은 일자리’라며 기존 드라이버가 주변 동료들에게 차차 합류를 권하는 등 운전사 구인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차차크리에이션 측에 따르면 현재 면접을 기다리는 드라이버 지원자만 170여 명이다. 민간기업 수행기사로 일하다 3개월 전 차차에 합류한 고 모 씨는 “수행기사를 할 때는 밤낮 없이 일했는데, 차차는 하루 8시간 운행이 원칙이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일한다”며 “오후에 아이와 놀아주는 등 가정생활에 충실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승차 거부 不可, 라디오도 안 틀어

우버나 풀러스 등 기존 승차공유업체는 ‘부업’ 운전사에게 의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9년 우버 창업자들이 ‘택시는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운전자 혼자만 탄 자동차는 그득한’ 샌프란시스코 도로 사정에서 착안해 사업에 나섰듯, 애초 승차공유는 ‘내 차의 여유 공간을 그것이 필요한 타인과 공유’하는 데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차차크리에이션이 전업 운전사로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국내에 먼저 도입된 카셰어링이나 카풀 서비스는 고객에게 높고 고른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실패해 사업이 어려워진 측면이 크다”며 “차차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전업 드라이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차는 4무(無)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먼저 손님이 탑승하기 전까지 운전사는 손님의 목적지를 확인할 수 없어 ‘승차 거부’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운전사는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지도, 손님의 요청 없이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지도 않는다. 손님이 탑승한 동안 개인 전화통화 또한 하지 않는다.

기자가 탄 차차 차량의 조수석은 아예 앞으로 접혀 있었다. 운전사 고 모 씨에게 뒷좌석 승차가 차차의 원칙인지 물었더니 “그건 아니지만 손님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조수석을 접어놓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하고 음악도 틀지 못해 종종 심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손님의 만족도가 높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차차 이용자는 18세부터 65세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하지만, 25~34세가 36%로 가장 많은 편이다. 여성(38%)보다 남성(62%) 이용자가 월등히 많다.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이용자는 매일 꾸준히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차차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해외 주요 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도 1가구 2대에서 1가구 1대로 차량 문화가 바뀌어 택시를 포함해 승차시장이 더 커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렌터카와 대리운전기사를 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로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며 택시업계와 상생도 추구해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인터뷰 |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대표

“법인택시기사부터 끌어안겠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김성준(50·사진)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이다. 또 정보기술(IT)업계 출신도 아니다. 그는 오랜 기간 렌터카 사업에 종사하다 승차공유 사업으로 방향을 튼 인물. 그는 “해외에서 우버의 혁신적 서비스를 체감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법규 때문에 우버형 서비스가 불가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렌터카와 대리운전기사를 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렌터카 사업자가 어쩌다 승차공유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11년 국내 첫 카셰어링업체인 그린카에 차량을 공급하면서 공유경제에 눈뜨게 됐다. 그런데 이듬해 그린카가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계약이 파기돼 사업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또한 쏘카, 그린카 등이 등장하면서 렌터카업계가 크게 어려워졌다. 타개책을 모색하다 합법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라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차차크리에이션을 세웠다.”

판단 근거는?

“우버의 한국인 회원이 상당한 규모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우버를 체험하고 만족해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은 현행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키고자 현행법 테두리에 있으면서 품질도 높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고안했다.”



재이용률 71%, 10회 이상 이용률 30%이다. 만족하는가.


“60여 대 차량으로 올린 성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게다가 차차 차량을 호출해 도착하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7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아직은 차를 불러도 금방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점점 많은 사람이 차차를 이용하고 있다.”

차차 이용요금이 택시 대비 그다지 저렴하지는 않다.

“소형 전기차인 ‘차차 E’ 서비스가 택시 대비 10%가량 저렴할 뿐이다. 다만 사업 초기라 마케팅 차원에서 20%를 할인해주고 있다. 6월부터는 자동할인에서 쿠폰을 적용해야 할인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는데, 상당수 고객이 쿠폰 적용을 깜박 잊고 제 요금을 내고 탔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객은 ‘저렴한 맛에’ 차차를 이용하는 분이 아니라고 본다. ‘같은 가격이라면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자’고 생각하는 분들이 우리 고객이다.”

다른 승차공유 서비스는 50~60% 할인쿠폰을 많이 주는데.



“첫 탑승 50% 할인쿠폰 외에는 그러한 수준의 쿠폰을 발행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폭 할인으로 손님이 많이 드는 것처럼 데이터를 가공하고 싶지는 않다. 값이 동일하다면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서비스로 승부하겠다.”

주로 어떤 사람이 차차 드라이버가 되고 있나.



“대리운전기사, 수행기사로 일했던 분이 많고, 법인택시기사 출신도 몇 분 있다.”

차차 드라이버 인당 하루 평균 8.4회 손님을 태운다. 이 정도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차차크리에이션이 운전사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호출 수가 하루 22회 이상이면 차차 드라이버는 월 200만 원 넘게 수익을 내게 된다. 이는 법인택시기사의 월수입보다 높은 것으로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이라 강남 밖으로 나갔다 빈 차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고객이 차차 늘면 호출 수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안전성은 어떻게 담보하나.

“현재까지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차차 드라이버 아이디(ID)를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도록 홍체 인식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 고객 동의하에 차량 내부를 촬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고 이력 등은 대리운전기사 보험에 가입할 때 꼼꼼하게 확인한다. 차차는 승객이 호출한 뒤 5분 안에 취소할 수 있다. 5분 동안 드라이버의 평판을 조회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출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이버들은 호출을 받으려면 좋은 서비스로 평판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차차 앱 내 택시 호출 기능도 탑재 예정

차차의 사업모델을 누군가 베껴갈 위험은 없나.

“현 정부가 기술 탈취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차차의 사업모델도 그러한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난 1년간 국내 모빌리티업계에 차차를 열심히 알려왔다.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 사업할 수 있다.”

풀러스의 구조조정이 이슈다.



“풀러스의 여건이 어려워진 것을 규제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풀러스는 드라이버 위주 서비스가 됐다. 손님의 목적지를 공개하다 보니 운전자가 손님을 골라 태운다. 일부 운전자는 뒷좌석에 짐을 놓아 손님을 조수석에 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승차공유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크다. 차차는 대책이 있나.


“택시업계가 승차공유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차차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가 되고자 한다. 일차로 법인택시기사들을 차차 드라이버로 우선 수용해 이들의 근무 및 소득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 동남아 ‘그랩’처럼 향후 차차 애플리케이션(앱)에 택시 호출 기능을 탑재해 개인택시와도 상생하겠다.”

향후 계획은.

“올해 말까지 차차의 전업 드라이버를 1000명까지 늘리려 한다. 이 정도면 서울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부업 드라이버를 도입할 생각이다. 다만 전업 드라이버의 수입에 타격이 갈 정도로 부업 드라이버를 대거 늘리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회원 수가 50만 명 이상이 돼야 부업 드라이버를 도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서는 나이가 많고 출신 배경도 이질적이다.


“처음에는 벽을 느꼈다.(웃음) 그러나 시장 원리는 IT업계든, 아니든 마찬가지더라. 소비자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매 영업을 했던 옛 경험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요즘 새삼 느낀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흡수하면서 국민의 승차공유 니즈를 해소하고 나아가 미세먼지, 교통체증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싶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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