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사업, 말로는 ‘규제 혁신’ 행동은 ‘혁신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한국형 우버’ 제동에 논란 재점화

정부가 대리운전과 렌터카 서비스를 결합한 ‘차차크리에이션’의 새로운 교통 서비스에 불법 판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형 우버법(Uber Law)’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지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여전한 데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역량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차크리에이션은 불법 판정을 받았지만 영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김성준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버는 자가용으로 택시 운행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명백하게 어겼지만 우리는 다르다. 정부가 법을 규제하는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불법 판정의 근거로 삼은) 고객이 내는 대리운전 요금에 렌터카 운행 비용까지 포함됐다고 볼 근거를 국토부가 내놔야 한다”며 “렌터카 대여 요금이 주행 시간이 아닌 대여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전날 차차의 서비스가 고객이 빌린 렌터카를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형태지만 사실상 미등록 택시 영업이나 다름없다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영업 중단을 요청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한국형 우버를 표방하며 등장한 교통 분야 스타트업이 정부 규제에 가로막힌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야 시간대에 퇴근 전용 전세버스를 운영한 ‘콜버스랩’이 대표적인 예다.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한 현행법에 따라 카풀 서비스를 출시한 ‘풀러스’와 ‘티티카카’ 역시 택시 등 기존 업계의 반발과 위법 논란에 휘말리며 경영난을 겪었다.

유럽 등 외국에서도 우버법 논란이 있긴 하다.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버는 여전히 운행 중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외국은 ‘선허용 후규제’로 대응하지만 한국은 (인허가권을 이용해) 규제부터 하려 든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을 명백히 어기지 않는 한 먼저 영업을 허락한 뒤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이 안 바뀌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뒷짐을 져 온 정부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국토부는 카풀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택시 업계와 접촉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승차 공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국토부에 관련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 계획을 지난달 31일 내놓았다. 그동안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논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모습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다.

차 연구위원은 “카풀 서비스가 신산업과 기존 업계 갈등을 해결한 선례가 될 경우 나머지 산업에서도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성규 기자
#우버#한국형 우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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