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일괄지급 거절하자 “금감원 조정 결정이 유리” 판단
보험업계 분쟁-소송 우려 현실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부만 환급하기로 결정한 뒤 더 많은 연금을 돌려받기 위해 금융당국에 직접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시연금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험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 이사회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 동안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즉시연금과 관련해 접수된 분쟁 조정 민원은 46건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즉시연금 관련 분쟁 총 90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삼성생명 이사회 이후로 집중된 것이다.
삼성생명은 앞서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안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최저보증이율(연 1.5∼2.5%)에 따라 약관에 계산된 예시 금액과 실제 가입자가 받은 연금액의 차액만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분조위에 직접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 A 씨에 대해서는 올해 2월 나온 분조위 결정에 따라 미지급액 전액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이번 이사회에서는 금감원이 추산한 미지급 금액의 8% 정도만 환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보험 가입자들도 A 씨처럼 분조위에 직접 민원을 넣어야 더 많은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적극적으로 분쟁 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 권고는 법원 판례와 비슷하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계약자라면 삼성생명이 주는 차액을 기다리기보다 분조위를 통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일단 이사회의 결정대로 부분 지급을 준비하면서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결정을 비슷하게 따르려고 했던 다른 보험사들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최저보증이율 예시 금액보다 적게 준 사례에 대해서만 차액을 지급할 것이 유력했지만 이대로 갈 경우 삼성생명처럼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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