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8일 발표한 대규모 중장기 투자·채용계획 가운데 ‘소프트웨어 인력 1만 명 양성’ 프로젝트에 정보기술(IT)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 소프트웨어를 토대로 한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에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몇 년째 이어져 왔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국내외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가장 큰 분야인데도 관련 인력 풀이 뒷받침되지 못해 해외에 비해 산업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9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전체 인력은 36만6000명으로 이 가운데 지원조직을 제외한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은 24만8429명으로 추정된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300만 명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2015년 이미 100만 명을 돌파한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도 소프트웨어를 국내 12대 산업 중 가장 인력이 부족한 분야로 꼽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올해 4월 국내 대·중소기업 2만1617곳에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을 때도 절반 가까이(48.5%)가 “역량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이 69.2%로 더 높았고 중소기업도 48.4%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입사 지원자 자체가 부족하다’는 답도 11.9%였고 인건비 부담에 대해 우려하는 기업도 22.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이나 홍콩 기업들처럼 인도나 중국 등 해외에서 인재를 섭외하는 것도 한국 기업들로선 쉽지 않다. 외국인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한국에 사는 걸 꺼리는 데다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 자체가 규모가 작아 커리어 관리가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조차 2011년 세운 소프트웨어센터의 연구소장을 3년 동안 공석으로 비워 둬야 했을 정도다. 이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역량과 노하우를 외부로 개방해 ‘직접 키워 쓰자’는 방향으로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에 4, 5곳의 교육장을 설치하고 향후 5년 동안 취업준비생 1만 명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르면 10월부터 1000명 규모로 첫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성적 우수자들은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일부는 직접 채용한다. 국내외 기업 취업도 삼성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교육생 선발과 교육, 취업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공지할 계획”이라며 “이미 실무선에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관련 분야 학생들도 들뜬 분위기다. 연계전공으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A 씨(26)는 “소프트웨어 업계는 여전히 박봉에 격무를 요구하는 최악의 근무 환경”이라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나서서 지원하고 영역을 확대하면 고급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5년 단위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 산업 분야를 책임질 만한 규모의 인력 풀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적어도 10∼20년 단위의 장기계획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성조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치를 인정해 고급 인력이 도전하려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몇 명 양성이라는 숫자에만 연연하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성욱 세종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은 “졸업생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희망하는 인력 미스매칭 문제도 심각한 만큼 산업을 활성화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연봉 및 복지혜택 차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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