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80만명 차량공유 스타트업, 정부 규제-택시 반대에 ‘펑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03시 00분


[규제혁신 곳곳에 장애물]규제 개선 개입 꺼리는 관료들

‘한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업체 ‘풀러스’는 2016년 5월 택시보다 30% 싼 비용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에 회원 수 80만 명을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택시업계에 끌려 다닌 정부와 서울시 때문에 풀러스는 벼랑 끝에 몰렸다. 대표는 사임했고, 직원 70%는 구조조정을 당했다.

풀러스는 정부 규제를 넘지 못해 좌초 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신산업 사례로 기록됐다.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8일 성명서를 통해 “한쪽에서는 스타트업을 혁신성장의 주역처럼 치켜세우더니 다른 쪽에서는 질서와 안전을 해치는 범법자 취급을 한다”고 성토했다.

○ 가이드라인으로도 풀 수 있는 규제도 방치

정부가 스스로 정한 마감시한도 지키지 않고 있는 규제혁신 과제들을 살펴보면 규제개혁에 손놓고 있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국민 생활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2016년 정부는 환자 진료기록 등 의무기록을 외부기관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기록을 환자 본인이나 법정 대리인, 배우자 등이 온라인이나 통신 등으로 열람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온라인에 보관된 정보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9월 완료를 목표로 관련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12일 “의료법상으로 열람 방식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의료기관들이 온라인 등 직접 대면이 아닌 방식으로는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이를 허용하길 꺼린다”고 이유를 밝혔다.

건강관리 서비스도 규제에 막혀 있는 서비스다. 다이어트를 돕는 스타트업 ‘눔’은 미국에서 당뇨병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7월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고 나섰지만 언제 마련될지 아직도 미지수다.

현실과 맞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적 규제도 여전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전통시장 실태 조사가 대표적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통시장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한 조사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당일에야 조사 사실이 통보된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최소한 7일 전에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 국민 편의와 직결…“정부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논의가 지지부진한 규제들 중에는 국민들의 생활 편의와 직결되는 것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다. 렌즈를 사려면 매번 안경점이나 렌즈 판매점을 방문해야 한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이 규제는 올해 10월까지 없애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데드라인에 맞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편의점에서 판매를 허용하는 상비약 품목 제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6년 7월부터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사들이 약물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려고만 하면 가이드라인 제정, 시행령 개정 등으로 완화할 수 있는 규제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는 곧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한 번 만들면 정부 스스로 없애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회에서 법 통과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규제혁신 기조에 맞도록 관련 법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김준일 / 김윤종 기자
#회원 80만명 차량공유#스타트업#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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