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은행영업의 전초기지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6일 03시 00분


유지비용 높아 한때 천덕꾸러기… 자체 운영 대신 편의점 ATM 활용
비용 30% 절감되자 수수료 무료로… 카드발급 등 성능도 업그레이드
비대면 거래 늘며 영업점 역할할듯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최대 1500원에 이르는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은행권이 높은 유지 관리비 때문에 ATM 설치를 줄여오다 촘촘한 전국 지점망을 갖춘 편의점과 손잡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체크카드 신청이나 비밀번호 변경까지 할 수 있는 ‘스마트 ATM’도 내놓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은행 밖의 ATM이 영업점 역할을 대신하는 ‘오프라인 전초기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편의점 ATM에서 무료로 출금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말부터 GS25와 손잡고 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체크카드나 현금카드를 보유한 고객은 전국 GS25 편의점에 설치된 ATM에서 24시간 365일 무료로 돈을 찾을 수 있다.

시중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편의점과 제휴를 맺고 ATM 입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GS25·세븐일레븐과, 신한·우리은행은 GS25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당 은행 고객들은 제휴를 맺은 편의점 ATM에서 은행 영업시간 내에 출금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은행 업무시간 외에 돈을 찾을 때도 500원 이하의 수수료만 물면 된다. 기존에는 시간에 상관없이 최대 15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그동안 ATM은 은행들의 골칫거리였다. 유지비용은 높은데 소비자들의 현금 사용이 급감하면서 ATM 이용률이 갈수록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ATM 한 대당 연간 166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적자 폭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은행들은 ATM을 줄여왔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은행 6곳이 지난달 말 현재 운영 중인 ATM은 3만3450대. 2014년 말(4만4대)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 ATM, 더 똑똑해진다


그러던 은행들이 전국에 촘촘한 ATM망을 가진 편의점을 주목했다. 밴 사업자가 편의점에 설치한 ATM은 2014년 말 3만6300대에서 지난해 말 4만600대로 늘었다.

편의점과 손잡으면 비용을 낮추면서도 현금 입출금 서비스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ATM을 운영했을 때보다 비용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은행들은 밴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내면서도 고객에게 물리는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도 컸다. 지점이 없는 카카오뱅크는 전국 모든 편의점에서 ATM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도 GS25의 ATM 수수료가 무료다.

수수료를 낮춘 덕에 편의점 ATM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고객들이 GS25 ATM을 이용한 횟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수수료 면제로 고객들이 20억 원 정도의 혜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ATM의 성능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예·적금 가입, 카드 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 영업점에서만 할 수 있던 서비스를 해주는 무인 결제기(키오스크)가 갈수록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런 기능을 갖춘 ‘스마트 텔러 머신’을 연내에 3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비대면 거래가 압도적으로 늘어도 현금 인출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최소한의 오프라인 접점이 필요한데 ATM이 이 역할을 한다”며 “은행 창구에서 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ATM으로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atm#편의점#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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