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6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기로 한 것은 치킨집 같은 생계형 창업자와 스타트업 등 혁신 창업가의 기를 살려주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규모 사업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면 바닥으로 떨어진 체감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규모 사업자는 인건비, 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 각종 비용 부담에다 내수 부진이 겹친 상황이어서 다음 주 발표될 후속 대책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너에 몰린 자영업자 구하기
이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영업자 상당수의 소득은 임금 근로자 소득에 못 미치는 안타까운 수준”이라며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세청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은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특단의 대책’이다.
현재 한국의 자영업자는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의 ‘현재 생활형편지수’는 68로 봉급생활자보다 13포인트 낮았다. 생활형편지수가 100 미만이면 생활형편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폐업 자영업자 수는 2015년 79만 명에서 지난해 91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올해엔 100만 명 이상이 폐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 주로 예정된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종합대책 발표에 앞서 국세청이 세무조사 유예 및 면제 카드를 먼저 꺼내 든 것은 세금 카드가 심리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경영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게다가 임차료 부담 완화 등 다른 대책은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세금 카드는 세정(稅政) 당국의 의지만으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청년 뽑으면 세무조사 면제 가능성 높아져
이번 대책은 소득 신고 시점에 따라 세무조사 ‘유예’와 ‘면제’로 나뉜다. 우선 지난해 5월에 2016년 소득을 신고해 올해 세무조사 후보였던 자영업자에 대해 국세청은 내년 말까지 조사를 미뤄준다. 일단 유예한 뒤 2020년이 되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올해 5월에 2017년 소득을 신고한 자영업자는 원칙적으로 세무조사가 면제된다. 탈세 혐의에 대한 제보가 있거나 국세청이 확실한 혐의를 잡아 인지조사를 하지 않는 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국세청은 자영업자의 수입과 무관하게 10년 정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의심이 가는 사례, 무작위 추출 등의 과정을 거쳐 세무조사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모두 포함해 연간 진행하는 세무조사는 1만 건 정도다. 이 중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가 면제되는 소규모 사업자는 1000명 안팎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제 세무조사를 받는 인원은 적지만 6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는 자신들 중 누구라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며 “실수로 세금 신고를 제대로 못 한 선의의 피해자도 있을 수 있어 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신고 내역 중 일부 의심이 가는 항목에 대해 서면으로 확인하는 ‘사후 검증’도 2019년까지 면제된다. 사후 검증 대상 역시 연간 수만 건에 이른다. 2011년부터 실시 중인 연 매출액 1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선정 제외정책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 밖에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세무조사 면제 여부를 판정할 때 우대해주기로 했다. 현재 고용 인원의 4%를 신규 채용하면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고 있는데 29세 이하 청년을 고용하면 2명을 채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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