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마저… 中추격 뿌리칠 시간 3년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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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
8대 주력 산업중 디스플레이-조선-기계 中에 추월당해
양질의 일자리 만들 버팀목… 경쟁력 유지할 대책 시급

국내 대기업 출신 반도체 엔지니어 A 씨는 올해 초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반도체 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따른 이직 기회가 마침내 자신에게도 찾아온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기대와 전혀 딴판이었다.

‘삼삼은구’(3×3=9·중국 업체들이 한국 기술자들에게 기존에 받던 연봉의 3배를 주면서 3년 동안 계약한다는 의미) 법칙은 이미 이 바닥에서 사라진 지 오래. 중국 업체가 제시한 연봉은 기존의 1.5배 수준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이마저도 지인 소개 없이는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중국으로 옮긴 한국인 엔지니어가 많아서다. A 씨는 “이직한 중국 회사에 전직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가 너무 많아 회사를 옮긴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 수출 산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미 밀렸거나 추월 직전에 놓였다는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종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확실한 공통점은 중국에 빠른 속도로 쫓기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휴대전화 △석유화학 △철강 △조선 △기계 등 전통의 8대 주력 산업이 중국에 얼마나 쫓기고 있는지, 그리고 남은 시간은 얼마인지를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일주일간 업종별 협회를 대상으로 19일까지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8대 주력 산업은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86.8%를 차지한 한국 경제의 기반 제조업이다. 2016년 제조업 내 정규직 비중은 86%로 서비스업(64%)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력도 좋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56만6000명이다.

조사 결과 8대 주력 산업 중 ‘아직 5년 이상 기술 격차 여유가 남아 있다’고 응답한 업종은 석유화학 1개뿐이었다. 디스플레이와 조선, 기계는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다’고 했고 휴대전화는 ‘추월 직전에 놓여 있다’고 응답했다. 자동차와 철강은 2∼3년, 반도체는 3∼4년의 여유가 남아 있다고 했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중국은 과거 한국의 경제발전 전략을 빠르게 학습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한국 제조업은 2∼3년 이내에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19일 이 문제를 기획기사로 다루며 “한때 경제 발전의 모델이었던 나라가 지금은 중국과의 경쟁이 장기 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골든타임’이 남아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중국에 더 이상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 학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호소가 현장에서 나온다. 지금은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한중 간 기술력 차이가 아직은 크다는 걸 실감 중”이라고 했다. 반도체 기술이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데다 공정만 500개가 넘다 보니 중국에선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며,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를 벌릴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는 의미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무경·김재희 기자
#반도체#중국추격 뿌리칠 시간 3년#한국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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