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20년째 세계1위’에 산업생태계 안일
서울대 석박사 인력 10년간 77%↓… 전문가 “정부, 미래 준비 전혀 안해”
지난해 중국은 세계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에 51건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은 19건뿐이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4년에 세계 반도체 관련학회에 제출하는 논문 수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 반도체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킨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기업 바깥의 산업 생태계는 오히려 말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알아서 잘 돌아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산업과 학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면 ‘대기업 특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도 한몫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지난달 열린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에서 “정부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있다”며 “2020년쯤이면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투자하겠다지만 한국 정부는 반대로 반도체 R&D 예산을 2013년 727억 원에서 2016년 356억 원으로 줄였다.
예전처럼 반도체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지도 못하고 관련 교수들도 줄면서 학계 전반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석·박사 인력은 2006년 97명이었지만 2016년에 23명으로 줄었다.
한국 기업에서 은퇴한 시니어 인력들이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순식간에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거나 재취업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A 기업 임원은 “은퇴 후 갈 데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말도 안 통하는 중국행을 선택하는 시니어 기술자가 많다”며 “한국 중소기업은 대기업 출신들을 부담스러워하고, 후학 양성을 돕고 싶어도 불러주는 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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