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설현장도 산재보험 적용… 근로자 19만 명 혜택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유성열 기자의 을(乙)로 사는 법]산재보험법 개정… 무엇이 달라졌나

한 근로자가 서울 금천구의 도로공사 현장에 임시로 설치된 ‘근로자 쉼터’로 들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7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과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도 산재보험이 무조건 적용된다. 동아일보DB
한 근로자가 서울 금천구의 도로공사 현장에 임시로 설치된 ‘근로자 쉼터’로 들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7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과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도 산재보험이 무조건 적용된다. 동아일보DB
유성열 기자
유성열 기자
지난달 3일 오후 강원 춘천의 한 식당에서 직원 A 씨(64·여)의 손가락이 출입문에 끼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A 씨는 손가락이 부러져 한동안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3일 후 춘천의 한 개인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옹벽을 수리하던 일용직 근로자 B 씨(58)가 발을 헛디뎌 추락하면서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A 씨와 B 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치료비 전액과 하루 일당의 70%(하한액 6만204원)를 ‘휴업급여’로 받았습니다. 휴업급여란 치료를 받느라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 국가가 지급하는 보험금입니다. 또 재활치료는 물론이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사고 당시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 때문에 장해를 안게 됐다면 장해급여도 별도로 지급합니다.

○ 소규모 사업장도 산재보험 적용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A 씨와 B 씨가 만약 6월에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과 소규모 사업장까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6월 30일까지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쳤다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뜻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일하는 국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특히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일을 하다 다치면 산재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다친 근로자에게도 근로복지공단이 일단 보험금을 지급하고, 치료가 끝나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보험금의 50%를 징수하게 됩니다.

다만 6월 30일까지는 예외가 있었습니다. 공사금액이 2000만 원 미만이거나 연면적 100m² 이하인 건설 사업장 또는 상시근로자가 1인 미만인 사업장은 산재보험이 무조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상시근로자란 한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일하는 근로자 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문을 여는 편의점주가 주 3일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면, 이 편의점의 상시근로자는 0.4명에 불과해 6월 30일까지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쉽게 말해 이런 사업장은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가 보험료를 내고 산재보험에 가입해야만 산재 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보상까지 거부한다면 산재를 당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민사소송을 통해 승소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니, 이런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한 근로자는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을지 모릅니다.

○ 보험 대상 확대로 얼마나 혜택 보나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이렇게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19만 명(소규모 건설공사 3만8000명+1인 미만 사업장 15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고용부는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이로써 7월 1일부터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이나 1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다치면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A 씨가 일한 식당은 매일 문을 열었습니다. 이 식당의 근로자는 A 씨가 유일했고, A 씨는 월요일마다 쉬었기 때문에 이 식당의 상시근로자는 1인 미만입니다. B 씨가 일한 옹벽 공사장의 공사금액은 25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시행령이 바뀌지 않았으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던 이들은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산재보험 혜택을 본 첫 근로자가 됐습니다.

○ 징수액은 미납 보험료의 최대 5배로 제한

근로자의 혜택이 늘면 사업주의 부담은 덩달아 커지기 마련입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의 50%를 공단에 내야 합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불법인 만큼 일종의 벌금을 징수하는 것입니다.

영세사업주는 이마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개정 시행령은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주에 대한 보험금 징수액이 미납 보험료의 5배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습니다. 즉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미납한 보험료의 최대 5배까지만 공단이 징수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셈입니다. 근로자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금이 1000만 원이라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는 원래 1000만 원의 50%인 500만 원을 공단에 내야 하지만 미납 보험료가 50만 원이라면 이의 5배인 250만 원만 내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은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를 참조하거나 가까운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문의하면 됩니다. 바뀐 내용을 잘 숙지해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상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산재#산재보험#소규모 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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