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한국인 식탁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유제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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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해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일반 서민들의 식생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유가 쌀 이상으로 서민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식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세종시 새롬동에 사는 회사원 오상은 씨(33)의 하루를 보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녀는 맞벌이를 하는 주부다. 그녀는 하루에 밥보다 우유를 더 많이 먹는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우유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 밥보다 우유 더 많이 먹기도

그녀는 하루 세 끼 식사 중 한 끼는 밥을 먹고, 나머지는 빵류와 면류로 때운다. 우선 아침에는 식빵 토스트 2쪽과 우유를 곁들여 마신다. 우유가 없을 때는 요거트를 대신 먹는다. 이때 먹는 빵에는 약 25g의 우유가 함유돼 있다. 마시는 우유는 200g 정도다.

점심에는 직장 동료들과 가볍게 면류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오 씨가 좋아하는 면류는 스파게티다. 스파게티 1인분에는 일반적으로 우유 100g과 치즈 10g(2스푼) 정도가 들어간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은 필수 코스다.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는 카페라테로, 여기엔 약 100g의 우유가 들어간다.

저녁에는 육류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에 따라 한우고기와 김치찌개를 곁들여 먹는다. 일반적으로 밥 한 공기의 양은 210g 정도로 본다. 하지만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기에 실제 쌀 소비량은 평균 100g 수준에 머문다.

오 씨는 가끔 남편과 첫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간식으로 준비한다. 피자는 종류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조각 섭취 시 치즈 10g 정도를 먹는 것으로 본다. 이를 우유로 환산하면 100g 정도를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 씨의 하루 식단을 보면 우유 섭취량이 쌀을 압도한다. 오 씨가 이날 섭취한 우유는 아침 225g, 점심 200g, 디저트(카페라테) 100g 등 모두 525g에 달한다. 여기에 피자 등을 합치면 섭취량은 600g을 훌쩍 넘는다. 반면 쌀 섭취량은 100g 남짓에 불과하다.

만약 오 씨가 점심을 밥으로 선택했다면 둘의 차이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우유가 우리 생활에서 밥 이상으로 중요한 필수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오 씨는 “딱히 우유를 찾아서 먹지는 않지만, 우유가 없다면 하루의 식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녀는 키우고 있는 반려견에게도 반려견 전용우유를 먹인다. 아울러 아이의 정서 발달을 위해 다 쓴 우유팩을 활용한 각종 만들기 놀이를 즐겨 한다. 우유는 마시고 요리할 때만 쓰는 게 아닌 셈이다. 말 그대로 버릴 것 하나 없는 게 바로 ‘우유’다.

■ 치즈 소비 30년 간 75배 늘어
   
유제품 소비는 정부의 강력한 낙농진흥정책과 함께 경제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서울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87년만 해도 당시의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34kg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의 소비량은 80kg에 육박한다. 30년 만에 두 배 이상이 증가한 셈이다. 1987년 당시 우유생산량이 140만 t이었고, 지난해 205만 t으로 50%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소비량의 증가폭은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치즈 품목으로 30년 전에 비해 무려 7500%나 상승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함께 현대인들이 요구하는 ‘맛과 영양’을 우유가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제품이 이렇게 확대된 데에는 우유 수급조절역할을 맡고 있는 낙농진흥회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의 사회적 중요성 때문에 낙농진흥법에 의거 설립된 낙농진흥회는 수급조절 기관이라는 본연의 의무와 함께 유제품의 품질향상 및 소비촉진 등 이른바 우유에 대한 모든 업무를 관할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낙농진흥회는 생산자와 수요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우유관련 제도 개선을 비롯해 우유 품질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품질개선 업무, 낙농체험인증사업과 같은 홍보업무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우리 낙농산업의 세계화를 위해 국제낙농연맹(IDF) 연차총회의 국내 유치까지 이뤄내는 등 대한민국 유제품의 세계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적잖다. 우선 우유 자급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국산원유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무역자유화로 유제품 수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유자급률은 5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대체 음료시장 성장, 저출산 등의 여파로 인해 유제품 중 마시는 우유(흰우유)의 소비는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점도 해결 과제다.

■ INTERVIEW 한국유가공협회 정수용 회장

“실버 유제품 개발하고 중국·베트남 등 해외시장도 진출”

11개 유가공업체의 모임인 한국유가공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수용 회장(68·사진)은 “출산율 감소 등에 의한 소비 인구 감소 등으로 국내 유가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전 세계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된 환경에 걸맞게 새로운 소비자 확보뿐만 아니라 기존 소비자 이탈 방지를 위해 성별·연령별·소득 계층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유제품 개발에 노력하겠다”며 “특히 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응해 실버 푸드 개발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가공 산업은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과 함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은 1962년 100g에서 지난해 79.5㎏으로 무려 790배 이상으로 늘었다. 원유 품질도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이 같은 성공의 비결로 “정부의 낙농진흥정책이 중심에 있다”고 전제한 뒤 “우유와 시유뿐만 아니라 여러 식품군에 빠져서는 안 될 핵심적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그만큼 뛰어난 맛과 영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우유는 그 다양성과 함께 세계적인 품질까지 갖춘 최고의 식품”이라고 평가한다. 정 회장은 끝으로 “앞으로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철저한 유통관리를 통해 고품질의 우리 우유가 소비자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사단법인 낙농진흥회
#유제품#치즈 소비#밥보다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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