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44% 증가… 11월 60조 넘을듯
반전세→전세로 바꾸는 사례 많고 대출규제에 매매 대신 전세 늘어
전세가격은 5개월 연속 내리막
직장인 A 씨는 전세난이 심각하던 2016년 7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전용면적 85m² 아파트에 보증금 1억 원, 월세 80만 원의 반전세로 입주했다. 2년이 지난 올해 7월 최근 전세 물량이 넉넉해지고 가격이 안정되자 보증금 4억5000만 원의 전세로 계약을 변경하고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한 달 새 2.36% 늘어나며 56조 원을 돌파했다. 전세난이 완화되자 과거 반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이 전세로 계약을 바꾸면서 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6조3466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55조489억)보다 1조2977억 원(2.36%)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7월 말과 비교하면 43.6% 늘었다.
현재 추세대로 매달 2%대 증가율을 유지할 경우 11월에는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6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올해 7개월 동안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0조6540억 원이 늘며 연간 증가액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11조6391억 원)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세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3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거래가 가장 많은 아파트의 경우 올해 1월 둘째 주 주간 전세가격지수가 102.1에서 꾸준히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세자금대출 증가 속도도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전세 계약이 2년 기간으로 이뤄지는데,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세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2016년 7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평균 2억328만 원이었지만 2년이 지난 올해 7월은 2억1523만 원으로 5.9%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전세 평균값은 4억1157만 원에서 4억5046만 원으로 9.3% 뛰었다. 이 때문에 전세가격이 내리는 추세 속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전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반전세로 계약했던 임차인들이 전세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1%대 저금리가 유지되던 시기에는 임대인이 반전세를 선호했고 전세난 탓에 반전세 계약이 꾸준히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전세 가격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반전세를 포기하고 전세로 세를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 및 대출이 어려워지자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신(新)총부채상환비율(신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내놓았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이러한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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