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1∼6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톱10 중 절반이 중국 업체였다. 일본 파나소닉에 선두를 내준 CATL(2위)은 지난해 8%대였던 점유율을 올해 19%대로 끌어올렸다. CATL을 비롯해 BYD(3위)와 파라시스(7위), 궈쉬안(9위), EVE(10위) 등 중국 업체들의 1년간 성장률은 모두 세 자릿수를 넘었다. 국내 업체들도 30% 성장률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LG화학은 전년 동기 2위에서 4위로, 삼성SDI는 5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국가 차원의 배터리굴기 전략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차(HEV)를 제외한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60%로 1위였고 유럽(21%)과 미국(13%)이 뒤를 이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년 전부터 외국산 제품에 빗장을 걸었다. 2016년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배터리 승인 기업에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업체들을 배제한 것.
정부 엄호 속에 중국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었다. 중국 주력 제품인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지만 중국은 자국 전기차를 테스트베드 삼아 NCM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렸다. 최근에는 CATL, BYD가 내년에 ‘NCM811’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힐 만큼 기술력도 일취월장했다. NCM811은 50∼60% 수준이던 니켈(N) 함량을 80%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는 고난도 기술로,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중이다. LG화학은 NCM712를 2020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인력 빼가기도 위협이다. 한국 기술진의 노하우를 빼내기 위해 국내에서 받는 연봉의 3배를 주고 모셔 가고 있다.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혁신 기술로 수성 전략을 짜고 있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LG화학의 안전성강화분리막(SRS), 삼성SDI의 다기능배터리팩(MFM), SK이노베이션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등 최첨단 기술들이 호평을 받으며 질적인 우위를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도 치킨게임 끝에 소수의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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