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발급받은 인증서를 15개 은행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권 공동 인증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19년 동안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을 독점해온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 공동 인증서인 ‘뱅크사인’ 시연회를 열고 금융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뱅크사인은 핀테크 보안 기술이자 가상통화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거래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은행권 인증 시스템이다. 19년 전 도입된 현재의 공인인증서는 발급받은 은행 이외에 다른 은행에서 쓰려면 타 기관 인증서 등록, 복사 등의 번거로운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와 달리 뱅크사인은 은행 한 곳에서 발급받으면 다른 은행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뱅크사인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에서 개별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인증센터에서 뱅크사인 앱을 내려받은 뒤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인증서 발급 요청을 하면 된다. 6자리 비밀번호나 지문, 패턴 등 다양한 방식 가운데 인증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은행을 이용할 때는 해당 은행 앱에 들어가 추가 신청만으로 뱅크사인을 사용할 수 있다. 뱅크사인의 유효 기간도 3년으로 길어 매년 갱신해야 하는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없앴다. 발급 수수료도 무료다.
현재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NH농협, 6개 지방은행 등 15개 은행이 뱅크사인을 도입했다. 개발에 참여한 18개 은행 중 KDB산업, 한국씨티은행, 카카오뱅크 등 3개 은행이 빠졌다. 이 중 산은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뱅크사인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씨티도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당장은 모바일뱅킹에서만 뱅크사인을 쓸 수 있다. 테스트 기간을 거쳐 9월 말부터 은행별로 순차적으로 인터넷뱅킹에도 뱅크사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뱅크사인 도입으로 은행권은 2016년 말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인증서 개발을 시작해 약 2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19년 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공인인증서 대신 뱅크사인을 선택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지문, 홍채 등 생체인증 기술을 개발해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줄여 온 데다 국세청 연말정산, 정부 민원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권에서 뱅크사인을 연동해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11개 증권사가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 인증서 ‘체인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으며 보험업계도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인증서를 개발하고 있다. 장영훈 금융투자협회 디지털혁신팀장은 “금융사들이 칸막이를 없애 모든 금융사가 하나의 인증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혁신이 이뤄져야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가 제대로 보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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