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문제가 없지만 잘못된 해석이 나와 오해가 생겼고 집값이 오르고 있으니 일단 보류하겠다.’
26일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브리핑을 요약하면 이렇다. 박 시장의 이런 인식은 지난달 박 시장의 싱가포르 발언 이후 여의도와 용산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도 비슷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일부 언론과 주민이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 말대로라면 최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들은 시장의 말을 오해한 것이 된다. 한두 명도 아니고 서울 주택시장 전체가 이상 과열되도록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해서 아파트를 산 것이라면 그건 오해를 불러온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상식에 맞을 것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큰 그림’만 먼저 던진 뒤 나중에 구체적인 구상을 하나씩 밝히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스타일이 되풀이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시장은 여의도 통합 개발을 두고 “서울의 맨해튼처럼 돼야 한다”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오래된) 맨해튼을 한꺼번에 부수고 새로 짓자고 하면 미친 사람이다.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통합적으로 고민하자는 것”(8월 언론 인터뷰 중)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강북 우선투자 계획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10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대책이 나왔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옥탑방 쇼 논란’만 가득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는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 정보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초두효과’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원래 부동산 시장은 뜬소문에도 들뜨는 곳이다. 잠재적인 대선 주자이자 광역자치단체장인 박 시장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박 시장의 보류 발표가 있은 뒤에도 부동산 투자 관련 온라인 카페는 들썩였다. 한 카페에는 ‘박원순’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이 26, 27일 이틀 동안 170여 개 올라왔다. 발표가 있기 전 24일과 25일 이틀간 올라온 57개보다 약 3배나 많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박 시장 말대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킨 다양한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언급이 시장에 불을 지른 것만은 분명하다. ‘오해’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한마디’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돌아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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