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앉은 택시업계… ‘카풀 합법화’ 급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정부의 혁신성장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카풀(승차공유) 서비스’가 또다시 규제와 기득권의 벽에 부딪혔다. ‘한국판 우버’를 육성하겠다는 정부는 기존 규제의 틀을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고, 택시 업계는 카풀 전면 금지 투쟁에 나섰다.

○ 영업시간 문제로 협상 결렬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7월 고사 위기에 처한 ‘럭시’ ‘풀러스’ 등 승차공유 스타트업을 위해 택시 업계와의 중재를 주선하고 나섰다. 승차공유 운전자 1인당 하루 2회 영업으로 운행을 제한하는 대신 카풀 서비스 자체를 합법화하자는 것. 이에 따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27일 “9월 국회에서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앞으로 카풀 합법화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택시 업계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카풀 횟수에 관계없이 택시 수급이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에만 한정해 허용하는 게 법적으로 옳다는 입장이다. 한 택시 조합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는 국토부의 중재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 직전 각 단체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카풀 업계도 국토부의 ‘횟수 제한’에 불만이다. 유연 근로제 도입 등으로 기존 출퇴근 시간대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 원점으로 되돌아간 카풀 관련 논의

2013년 우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줄곧 택시 업계는 카풀 및 승차공유 관련 산업을 반대해왔다. 업계는 자가용을 수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한 현행법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아예 카풀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운송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카풀 스타트업은 좌초 상태다. 우버는 일반 자가용을 카풀 형태로 공유하는 ‘우버X’의 한국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2016년 창업한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도 2017년 11월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려다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한 뒤 경영난을 겪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는 지난해 9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4차산업혁명위는 줄곧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문제를 민관 협의를 통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규제의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니 어정쩡한 중재안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카풀 관련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정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어느 부문에서도 혁신성장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강조해온 혁신성장이 공염불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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