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의 ‘개러지(차고)’에서 근무형 인턴(T-worX)들이 1020세대들을 위한 서비스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선 지난달부터 대학 2, 3학년생 250여 명이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지난달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19층엔 ‘개러지(차고)’가 생겼다. 주요 경영 회의가 열리던 대회의실에 소파와 책상을 밀고 화이트보드와 간이 테이블만 널찍하게 배치했다. 풍선과 가랜드(띠 형태의 데커레이션)로 파티장처럼 꾸민 개러지에는 반바지에 샌들 차림의 앳된 대학생들이 들락거린다. 대부분 대학 2∼3학년생으로 채용과 상관없이 2∼5개월 동안 일하며 직무경험을 쌓는 근무형 인턴(T-worX)들이다.
10일 찾은 SK텔레콤 개러지는 회사라기보다 대학교 동아리방 같았다. 오전 9시를 넘겨 하나둘 모습을 나타낸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다가 ‘땡’ 하는 탁상종이 울리자 프로젝터 영사막 앞에 모였다. 제휴, 키즈, 로밍 등 팀별로 시장조사부터 파트너 미팅 등 진행상황 발표에 들어가자 인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자를 한껏 젖히고 다리를 꼬는 등 멘토 사원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최근 기존에 운영하던 채용연계형 인턴과는 별도로 당장 입사와 무관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을 세분했다. 이달 초 ‘TTL’ 이후 19년 만에 론칭한 1020 브랜드 ‘0(young)’의 인턴 확장판인 셈이다. 채용과 연계되지 않아 회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의 인턴십은 사실상 장기면접이나 다름없었다. SK텔레콤은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직무역량을 중점적으로 보지만 정작 자유롭게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 주목했다. 2016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IPP(일-학습 병행제·3∼4학년이 기업에서 4∼10개월 동안 현장훈련을 받는 제도) 사업 역시 자격이나 학점과 연계돼 있어 채용 및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생 입장에서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실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진짜 인턴제’가 필요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최나은 씨(24·여)는 “다른 회사 인턴 때는 부서에 소속돼 현직자들 사이에서 일했는데, 티웍스는 인턴들끼리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말했다. 인턴들은 공지나 도움이 필요할 때 탁상종을 울린다거나, 발표할 때 머리띠를 쓰게 하는 등 운영규칙을 전부 스스로 정했다. 인턴이 주도하고 멘토는 최소한의 코칭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이뤄지는 듯했다.
이렇게 나온 발상들은 기존 시스템이 놓친 부분을 보완해줘 회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쿠키즈워치’에서 이용자가 일일이 메뉴를 찾고 번호 등록을 했던 기존 방식을, 안내 순서를 따르면 되는 튜토리얼 체제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서비스 문의에 대한 답변 때 1020세대에게 익숙한 해시태그(#)를 붙인다거나 문자만 나오는 챗봇에 이모티콘을 붙이는 아이디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형 인턴을 거쳐 입사한 양승우 매니저(26)는 “채용형 인턴들은 취업이라는 보상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지만 근무형 인턴은 고객 입장에서 직언한다”고 말했다.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무늬만 인턴’이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니 인턴들의 만족도도 높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안혜민 씨(23)는 “회사에 들어가면 사무실에서 스테이플러나 찍을 줄 알았는데 노력 여하에 따라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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