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조사 재설계 제안’ 본보 보도에 “5월 제출… 조사 변경은 신중히”
“문제 왜곡하더니 결국 청장 교체”… 통계청 노조 “중립성 훼손” 반발
강신욱 통계청장(사진)이 29일 가계소득동향조사 방식 변경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인 5월 청와대에 가계동향조사 재설계를 제안했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강 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5월에 제출한 보고서는 연구원 신분으로 제출했던 것”이라며 다만 “밖에서 볼 때와 (통계청에) 들어와서 보는 건 다를 수 있어 조사 방식 변경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5월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세금, 국민연금 등을 뗀 뒤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을 집계할 때 퇴직금이나 자녀가 주는 용돈 같은 비경상소득을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경상소득은 어쩌다가 한 번씩 생기는 수입으로 최근 저소득층에서 크게 감소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자녀에게서 받는 용돈이 급감해 저소득층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강 청장의 제안대로 비경상소득을 소득 집계에서 제외하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폭은 크게 줄어든다. 현재 통계청은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을 하위 20%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을 구할 때만 비경상소득을 제외하고 있다.
강 청장은 또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가구주 연령과 가구원 수의 특성을 감안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소득층은 가구주가 고령층이고 가구원 수가 적은 특성 때문에 소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통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27일 성명서를 내고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투명하게 절차대로 공표했음에도 마치 통계 및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결국엔 청장 교체에까지 이르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소득분배 및 고용악화 통계가 발표돼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단행된 청장 교체가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159억4100만 원을 반영했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을 통합하기로 하고 2020년 통합 조사 결과를 공표하기로 했다. 기존 조사가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았던 만큼 표본도 전면적으로 재설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장 교체와 상관없이 추진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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