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통계’ 의심 생겨… “앞으로 통계청 발표 국민이 신뢰할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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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청장, 靑에 보고서 논란 확산
‘올해 1분기 소득통계 문제있다’, 靑에 보고서 제출 사실로 드러나
양극화 격차 줄일수 있는 가구유형별 가중치 조정안도 내놔
전문가 “정부 입맛 맞춘 통계 우려… 신뢰 얻으려면 공공재 성격 지켜야”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5월 청와대에 소득통계 개선방안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당은 “직무평가에 따른 통상 인사”라는 점을 부각하는 반면 야당은 “통계의 신뢰를 무너뜨린 인사”라고 비판했다.

소득통계의 논란은 5월 2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시작됐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는 5월 25,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노동연구원에 통계청 자료 분석을 요청했다. 두 기관은 5월 27, 28일 청와대에 분석 자료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이 중 노동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 자료는 실업자를 제외한 것이어서 통계를 왜곡했다는 역풍을 맞았다.

통계청장이 교체된 뒤 일부 언론은 강 청장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청와대 발언의 토대가 되는 보고서를 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연구원의 자료를 강 청장의 보고서로 착각한 오보다.

강 청장이 소득통계 조사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에 제안했다는 본보의 29일 보도로 보고서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날 강 청장은 “5월에 제출한 보고서는 연구원 신분으로 제출했던 것”이라고 시인했다.

○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완화하는 효과
강 청장이 낸 보고서는 ‘1분기 가계소득통계조사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소득 분배가 악화했다는 분석의 토대가 된 통계에 문제에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통계청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 청장의 보고서에는 정부가 반길 만한 제안이 다수 있다. 가처분소득(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소득)을 산정할 때 비경상소득을 제외하면 소득감소 폭이 완화된다는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로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겼을 개연성이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표본을 아예 재설계할 것을 주장했다. 통계청이 올해 표본을 늘리면서 새롭게 조사 대상에 포함한 저소득 가구 때문에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내용이었다. 표본을 재설계하면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개인의 시간당 임금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조사 내용을 포함하자는 제안도 있다. 가구원별 소득과 근로시간 수 등을 조사해 ‘임금률’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임금률이란 일정한 시간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을 뜻한다. 현재의 가계동향조사 방법은 시간당 임금도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의 소득을 확인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를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금률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하기 좋은 수단이다.

가구주 연령, 가구원 수 등에 따라 조사 가중치를 조정하자고도 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단순히 평균만 내면 가구별 소득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으니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통계조사 방식에 대한 견해는 학자마다 차이가 있다. 강 청장의 제안이 꼭 잘못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강 청장의 제안은 분배가 악화된 통계가 발표된 직후 나왔고, 이 제안이 정부 정책에 유리하게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어떤 통계 나와도 국민 신뢰 얻겠나’ 비판

8월 29일자 A5면.
8월 29일자 A5면.
통계청은 통계조사 방법을 수정할 때 미미한 사안은 담당 과장, 국장이 처리하지만 중요 내용은 차장, 청장이 최종 결정한다. 통계청장의 권한이 그만큼 크다.

국민들이 크게 느끼는 통계는 국가통계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예를 들어 체감실업률로도 불리는 고용보조지표를 도입할 때 국가통계위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국가통계위의 본회의는 2014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서면회의만 두 차례 열렸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교체에 따른 신뢰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 본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정부가 통계와 해석을 독점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공개하면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통계의 공공재적 성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코드 통계#통계청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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