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7200억원 늘어… 금융위, 18개 운용사 위촉
대출도 4년간 20조원 지원하기로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국내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최대 투자자는 미국 최대 전자결제업체인 ‘페이팔’ 컨소시엄이다. 페이팔 컨소시엄은 지난해 3월 비바리퍼블리카에 550억 원을 투자했다. 올 6월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세쿼이아캐피털차이나가 4000만 달러를 내놨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국내 투자자는 KTB네트워크가 유일하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국내에는 페이팔이나 GIC처럼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곳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와 같은 혁신적인 창업 기업이나 벤처 기업들이 몸집을 키워야 할 골든타임에 자금이 원활히 수혈 되도록 돕는 ‘성장지원펀드’가 연내에 3조7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당초 계획된 2조3500억 원보다 지원 규모가 더욱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성장지원펀드 운용사 위촉식을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성장지원펀드는 혁신 기업의 창업, 성장, 자금 회수 및 재도전 등의 과정을 지원하는 펀드다.
이날 위촉식에선 성장지원펀드를 운용해 혁신 기업에 투자할 18개 운용사가 발표됐다. 결성을 마친 펀드부터 차례로 투자금을 풀 예정이다. 중견 기업을 지원할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35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 안에 자금을 500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혁신적인 창업 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앞으로 4년간 대출 20조 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사업 재편,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줄 예정이다.
금융위가 성장지원펀드를 확대하고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의 혁신 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민간은행 기반의 창업 지원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 보증 비중은 2016년 기준 한국이 3.84%로 높은 편이다. 반면 미국은 0.16%, 이탈리아는 0.99%에 불과하다.
창업 초기를 벗어난 벤처 기업들이 한창 외형을 키워야 할 때 대규모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은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운용사가 펀드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중은행에 기업 정보를 제공해 대출도 지원받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위촉식에서 “기업의 성장주기에 따라 자금이 적시에 공급되고 회수 및 재투자가 되는 금융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생태계 조성에 민간 분야의 창의와 자율성이 적극 발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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