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름값이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제유가는 2014년 말 폭락 이후 최근 3년 동안 최고 수준에 오른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글로벌 경기 위축→유가 안정 시나리오도 있지만, 여전히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도 9주 연속 오르고 있다. 3일 한국 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당 1622.14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2014년 12월 말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유가에 민감한 자동차, 항공, 해운업계는 유가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돌아온 고유가 시대’로 인해 친환경차 대중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돌아온 고유가, 친환경차 전환 가속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유가가 출렁임에 따라 패러다임 변화를 겪었다. 금융위기 직전 2007년 유가가 급등할 때 기름 많이 먹는 차를 고집했던 미국차가 직격탄을 맞았다가 2014년 유가가 하락하자 미국에서 픽업트럭,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세가 됐다.
국내에서는 2012년 L당 휘발유가 2000원까지 오르자 디젤 엔진 차량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국내 전체 신규등록차량 중 52.5%가 디젤 차량이었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디젤 차량이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미세먼지, BMW 디젤 차량 화재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디젤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1∼6월) 가솔린, 디젤 차량 신규등록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3.3% 줄었다.
반면 친환경차가 급부상 중이다. 상반기에만 26.4% 늘어나며 전체 신규등록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이 6.7%에 달했다. 100대당 7대꼴로 친환경차인 셈이다. 특히 전기차는 처음으로 상반기 신규등록대수 1만 대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4.8% 늘어나며 대중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GM 볼트EV 등이 시장을 열었다면 올해에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등 신차가 확대되며 선택 폭이 커졌다”며 “유가 상승, 정부 보조금 확대로 친환경차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항공, 해운업계는 비상
항공업과 해운업은 유가 상승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항공기에 사용되는 제트유는 배럴당 90.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보다 37.5%, 1달 전보다 2.8% 오른 수치다. 2016년 초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보다 2배 이상으로 값이 오른 것이다. 유류비가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항공사로서는 유가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9%, 11% 감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유류할증료 상승도 불가피해져서 항공권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효율적인 운항 노하우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고민이 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이익은 배 운임과 유가에 의해 좌우되는데, 배 운임 지수는 하락하는 상황에서 유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30% 정도 오르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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