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한미 금리역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공동락 대신증권 리서치&전략본부 연구위원
공동락 대신증권 리서치&전략본부 연구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올해 금리를 2차례 올렸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달리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더디다. 일부 신흥국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로 달갑지 않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걸 제외하면 경기가 개선돼 금리를 올리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가지 못하고 있다. 통화당국은 한국이 잠재성장률에 준하는 성장 경로를 유지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미국만큼 경기가 활발해 꾸준히 금리를 올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리를 올려도 일회성이나 상당한 시차를 둔 인상에 그칠 것이란 의미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9개월째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1.50%인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의 1.75∼2.00%에 비해 낮으며 연말에는 역전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의 시장금리도 미국이 한국보다 높아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당장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리 격차 때문에 환율 급등이나 당국의 금리 인상을 이끌어낼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 근거로는 첫째, 한국 외에도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나라가 많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미국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았으며 일본 정도가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거의 유일한 사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다. 미국보다 낮은 금리가 불편하긴 하지만 가격의 관점에서 보면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것이다.

둘째, 원화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원화는 위기 국면에서 충격을 받는 통화가 아닌 가치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 순(純)채권국 지위 등이 원화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원화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중앙은행과 같은 공공적 성격의 자금들이다.

한미 금리 역전의 투자 환경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투자 전략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에는 부담이지만 금리 역전 하나에만 신경 쓰다가 자칫 시장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리서치&전략본부 연구위원
#금리#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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