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단 편법 상속-증여 백태
출연 미술품 계열사에 무상설치도… 국세청, 36건 적발 세금 410억 추징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인 A문화재단은 공익사업을 명목으로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이 재단은 출연금 중 일부를 기념관을 세울 땅을 사는 데 썼다. 문화재단이 사들인 땅은 창업주 생가와 가까운 곳에 있는 토지였다. 국세청이 토지 매매 과정 등을 정밀 조사한 결과 재단이 사들인 땅에 기념관은 들어서지 않았고 해당 토지를 총수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세무 당국은 출연 재산을 공익적인 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A문화재단에 대해 증여세 30여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200여 개를 대상으로 상속, 증여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36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해 세금 410억 원을 추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국세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익법인 전담팀’을 꾸려 탈세를 감시한 결과다.
조사 결과 일부 대기업 공익법인은 다른 계열사들이 출연해 준 돈을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대기업 계열의 B문화재단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주식을 5%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 보유액은 재단 총자산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주식 가액이 재단 자산의 50%를 넘어서도 안 된다. 공익법인에 사회공헌을 하라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만큼 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B문화재단에 대해 법 허용 한도 5%를 넘어선 주식분에 대해 증여세 150여억 원을 추징했다. B문화재단은 계열사들로부터 출연받은 미술품을 다른 계열사들에 공짜로 설치해주기도 했다. 공익법인은 출연 재산을 내부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이전해주면 안 된다. 국세청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향후에 미술품 무상 임대에 따른 증여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연 재산을 변칙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전담팀에 적발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추징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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