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50% 수수료 아끼려 파격행사… 무료숙박권-항공권 등 붙여 판매
OTA 예약 객실이 20∼50% 차지
“외국인 모객 영향력 악용 각종요구… 사이트 노출순서 무기로 값 후려쳐”
해외기반 많아 제재 쉽지 않아
최근 토종 호텔들이 파격적인 패키지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익스피디아·호텔스닷컴 등 외국계 예약대행사이트(OTA·Online Travel Agency)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나온 전략이다. 호텔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서비스이지만 소비자에겐 고급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다.
○ OTA 지불 수수료만 50%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신라스테이는 숙박 고객 275명을 대상으로 전국에 있는 호텔 체인점 어디에서나 무료로 묵을 수 있는 숙박권 추첨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 고객에게는 시가 50만 원이 넘는 침구 세트를 선물하거나 항공권·KTX 열차표를 제공하고 호텔까지 픽업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롯데호텔 역시 추석 연휴를 맞아 무료 조식, 영화 관람권까지 붙여서 파는 2인용 패키지 상품을 50만 원에 내놨다. 스위트룸에 조식, 스파 체험과 놀이공원 입장권이 포함된 3인용 상품은 8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브랜드 레스케이프 역시 숙박권과 조식, 마사지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29만 원에 내놨다.
호텔들은 이러한 이벤트를 OTA가 아닌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한 고객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에 딸린 부가 서비스까지 값으로 환산할 경우 객실 가격은 정상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지만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으로 호텔 멤버십 고객을 늘리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객실의 20∼50%가 OTA를 통해 팔린다. 여행사를 통해 호텔에 직접 예약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데다 개별 관광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업계에 미치는 OTA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호텔이 OTA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객실 판매가의 15∼20% 이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5∼20% 수수료율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브랜드 호텔”이라며 “객실 판매의 90% 이상을 OTA에 의존해야 하는 상당수 3, 4성급 호텔들은 수수료율이 5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 외국계 OTA ‘갑질’ 횡행
국내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OTA는 주로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계 기업이다. 전 세계에 체인점이 있는 해외 브랜드 호텔들은 인지도가 높아 OTA 의존도가 낮지만 국내 호텔들은 가격비교 플랫폼에 노출돼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OTA들이 이 점을 악용해 ‘우리 사이트보다 객실 가격을 싸게 내놓지 말라’는 가격 제한을 하거나, 사이트 노출 순서를 들먹이며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며 “갑질이 심해도 이들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TA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 등 4개 사이트에 대한 피해 구제 요청은 2015년 54건에서 지난해 130건으로 급증했다.
국내 OTA와 달리 해외에 기반을 둔 외국계 OTA들은 한국정부의 시정권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들의 ‘환불 불가’ 조항이 약관법 위반이라고 시정 권고를 내렸으나 아고다는 여전히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영업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들에게 시정 권고는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며 “외국계 OT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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