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역대 최대치(2만1824건)에 달했다는 보도 이후 현행 허위매물 신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모임 등이 단체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매물 정보를 공유한 뒤 싸게 나온 매물을 집중 신고하는 현 상황이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5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 내 적지 않은 아파트 단지가 이날 본보가 보도한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톡방과 비슷한 형태의 ‘가격관리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입주민 카페 가입자는 “주민들이 낮은 가격의 매물을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허위매물이 아니라도 인터넷 게시물을 내리거나 거래완료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주인이 가격을 올렸는지, 다른 곳에서 물건이 팔렸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데, 신고가 계속되면 업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신고할 매물 단톡방 게시, 집중 신고,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지역마다 비슷하다”는 게 이 입주민의 말이다. 이 같은 아파트 단체 채팅방은 서울 강남구, 양천구 목동 등을 거쳐 최근 서울 강북 지역과 인천 등지로 퍼지는 추세다.
허위매물을 단속하는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낮은 가격의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무소에 대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난 게 허위매물 증가의 원인이지만 아직 몇 개나 활동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민들의 허위매물 신고 실태를 쉬쉬하는 관행이 최근 입주자 시세관리 모임을 늘리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형사 고발하지 않는 한 ‘허위 아닌 허위매물’ 신고 주민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지역 장사’를 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사업을 접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야 주민을 처벌해 달라고 하겠느냐”고 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는 올해 2월 49개 공인중개사무소가 공동으로 17개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디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잇달아 허위매물 신고대상이 되던 끝에 나온 일로, 아직 사건 처리가 끝나지 않았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문제가 터진 이후 이촌동에서는 주민이나 공인중개사 양측 모두 허위매물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전했다.
입주민 단체 채팅방을 통한 무더기 허위매물 신고를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KISO는 “부동산시장을 왜곡하는 허위매물 신고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의해 신고 과열 단지에 대해 일정 기간 허위매물 추가 신고를 제한하는 등의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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