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집값은 ‘미친 집값’이 맞죠.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유발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어요.”(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서울 집값은 단기 고점에 다다른 것 같아요.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제외하면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최근 서울 집값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혼란도 커졌다. 11,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동아재테크·핀테크쇼’의 강연자로 나서는 함 랩장과 김 소장을 지난달 31일 만나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미리 들어봤다. 함 랩장은 첫날인 11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내년 집값 전망,” 김 소장은 12일 “빠숑(필명)이 예측한 내년 집값”을 주제로 강연한다.
현재의 서울 집값 상승세가 비정상적이라는 데는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김 소장은 “10년 정도 장기로 보면 서울 집값은 물가상승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최근 집값이 단기에 급격하게 올랐고, 특히 10년간 가격이 거의 안 올랐던 아파트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연말이나 내년 초 급등세가 진정되고 집값 조정기가 오면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서울 외곽 아파트들은 가격이 하락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함 랩장도 “원래 서울 집값 상승장은 입주 5년 차 이내 새 아파트가 이끌었는데 올해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을 보면 11∼15년 차 아파트들(14.8%)이 새 아파트(10.9%)보다 더 올랐다. 지역별, 가격별 키 맞추기 현상(아파트 간 가격 차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현상)에 그동안 값이 안 오르던 아파트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이상 현상을 불러온 원인으론 풍부한 유동성과 규제의 역설을 꼽았다. 함 랩장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요즘 다시 오르고는 있지만 아직도 3%대 중후반으로 2008년(5%대) 대비 충분히 낮다. 여기에 정부가 너무 많은 수요억제책을 한순간에 펼쳐놓은 반면 공급 방안은 별로 없어서 만성적인 수요 초과 지역인 서울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과거와 달리 요새 강남 아파트 가격에는 조식서비스, 피트니스센터 등 단지 내 기반시설, 커뮤니티 문화 등 유무형의 가치들이 포함돼 있다. 그 가격에도 살 사람이 넘치니까 값이 오르는 건데 정부는 투기라는 시각으로 분양가 통제 등 수요를 억누르려고만 한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강남을 명품 같은 특수한 고가 시장으로 만드는 대신 세금을 훨씬 무겁게 거두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남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 타 지역의 ‘키 맞추기’ 현상이 사라져 다른 서울 지역의 집값은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시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가 나왔다. 함 랩장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고 말했다.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추가 규제와 하반기(7∼12월) 금리 인상 여부, 전반적인 경제 여건을 살펴본 뒤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분기(3개월)당 10만 채씩 쏟아지는 랠리가 끝나는 시기가 내년 1분기(1∼3월)인 만큼 2분기(4∼6월) 이후 매입을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김 소장은 “실거주자라면 서울의 입지 좋은 아파트일수록 지금 사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좋은 입지의 싼 아파트는 사고 나쁜 입지의 싼 아파트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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