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이 들썩이면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복잡해졌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내 집 마련은 언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규제로 꽉 막힌 주택 대신에 상가나 꼬마빌딩 등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부동산 전문가 4명을 통해 혼란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 똑똑하게 투자하는 법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다 보니 고객 세미나를 할 때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묻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스웨덴 이탈리아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데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 주장은 매우 그럴듯하다. 한국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수출 중심의 산업국가로 해외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 주식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였던 경험이 선하다. 그럼 우리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일만 남았는가.
사실 확인부터 해보자. 국제결제은행(BIS)이 제공하는 세계 23개국 부동산가격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주택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나라는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세 나라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1995년 이후 세계 주요국의 부동산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동조화’ 증거를 발견하기 힘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영국 부동산 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지만, 한국 아파트 가격은 상승 탄력이 둔화되기만 했을 뿐 하락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이 예외일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홍콩이나 일본 등 아시아 선진국 부동산 가격을 조사해 봐도 마찬가지다. 홍콩만 잠시 조정을 받았을 뿐 일본이나 한국 부동산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도 모두 제각각이다. 반면 일본은 1990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다음부터 상승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부동산이 이른바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자산이란 주식이나 채권같이 표준화되기 어려운 자산이다. 부동산은 일단 ‘입지’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 필자는 차 없이 사는 이른바 ‘뚜벅이족(族)’이기에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이다. 걷다 보면 큰 도로의 한쪽 편은 오피스 빌딩과 번화한 상점이 즐비하지만 건너편에는 밤에 불 하나 제대로 켜지지 않은 상가가 공존하는 곳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선발 주자의 함정 때문이다. 1960년대 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될 때 가장 먼저 개발이 이뤄졌던 지역은 교통이 좋고 직장이 많은 선발지역이었다. 당시의 기술력 및 경제적 여건으로 지을 수 있는 건물은 대부분 3, 4층 높이의 상가와 아파트였다. 40, 50년이 흐른 후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도시 중심지의 옛 건물은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재개발이 필요해졌지만 이미 임대가 된 상태라 진행 속도가 느렸다. 반면에 과거의 배후지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대부분 노후화된 단독주택이었기에 재개발이 상대적으로 빨라져 새로운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듯 부동산은 입지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지만 몇몇 나라에서 발생한 가격 하락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