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참여율 0%대… 기업 감사선임 잇달아 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소액주주들 주총 안건 무관심 여전… 도입 8년 지났지만 자리 못잡아
작년말 섀도 보팅 폐지후 주총 비상… 올 3월 76개사 정족수 부결 사태
3차례 주총 열고도 감사 못뽑기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이화공영에 투자한 A 씨(35)는 회사로부터 7월 31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수익률에 별 영향이 없는 안건인 데다 번거롭다는 생각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 3월 정기 주총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신임 감사 선임에 실패했던 이화공영은 7월에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을 미루게 됐다.

주총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모바일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의 참여율이 수년째 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전자투표 의무화 등 법제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과 주주조차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법적 장치만으로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년째 0%대 참여율

10일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투표 대상 주주 930만 명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1만5035명(0.1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7월까지 참여율도 0.5%였다. 2010년 전자투표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가장 높았던 참여율이 2014년의 0.96%에 불과할 정도로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셈이다.

전자투표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 중 실제로 의결권이 행사된 주식도 일부에 그쳤다. 지난해 약 355억 주 중 전자투표로 주주권이 행사된 주식 수는 2.07%였다. 올해는 7월 말까지 3.76%였다.

전자투표는 여러 회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돼 왔다. 주요 상장사의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에 현실적으로 주총 현장 여러 곳을 갈 수가 없어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소액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폐지된 뒤 기업들이 주총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전자투표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76개사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난해엔 이런 사례가 한 곳도 없었다.

○ 상장사 54%만 전자투표 도입

특히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 선임 안건에서 부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하림은 3월 정기 주총에 이어 6월 임시 주총에서도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우리종금도 주주의 참여 부족으로 신임 감사를 뽑지 못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에이프로젠제약도 올해 세 차례나 주총을 열었지만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해 결국 11월 네 번째 주총을 열 예정이다.

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건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대해 무관심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한 상장사는 2209개 중 54.8%에 그친다. 기업들은 시스템 구축이나 비용 부담이 크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강화가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전자투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전자투표 도입 의무화 등을 포함해 5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정훈 의원은 “기업과 예탁원이 전자투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전자투표 시스템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전자투표#코스닥시장#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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