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사진)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로 기존 현대차 중심에서 자동차, 철강, 건설, 금융 등 그룹 업무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게 됐다.
14일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정몽구 회장을 보좌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 인사는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승진 이후 9년 만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통상 문제가 악화되고 있고, 주요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그룹의 통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 그룹 전면에 부상, 입지 확대
현대차그룹에는 원래 ‘총괄 수석 부회장’ 자리가 없었다. 정 부회장과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등 7명의 부회장이 각자 업무를 책임지는 형태였다.
정 부회장이 이날 신설된 총괄 수석 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정 부회장은 아래로는 나머지 6명의 부회장을 이끌고, 위로는 아버지 정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로 그룹 내 입지가 확대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로 올라 있긴 했지만 공식 직책이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만큼 주로 현대차 중심의 업무를 맡아 왔다. 그가 진두지휘한 미래차 개발,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 해외 인재 영입 등은 모두 현대차 관련 행보였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그룹 총괄 직책을 맡게 됨에 따라 자동차(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철강(현대제철 등), 건설(현대건설 등), 금융(현대카드·캐피탈, 현대차증권 등) 등 그룹 55개 계열사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그간 정 회장을 대신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대외 행보에서는 이미 그룹을 대표해 왔지만 이번에 공식적인 직책으로 실질적 리더십이 뒷받침된 셈이다.
○ 위기에 강한 정의선 리더십 주목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위기 때마다 아들 정 부회장의 책임을 확대하며 경영능력을 키워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 산업이 위기를 맞은 시점에 정 부회장의 책임을 확대한 것 역시 정 회장의 신중한 결단이라는 의미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차가 적자에 허덕일 때 정 부회장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했다. 정 부회장은 과감한 디자인 경영 전략으로 K시리즈를 선보이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기아차는 2007년 영업적자 554억 원에서 2008년 3085억 원 흑자로 반전됐다.
정 회장이 정 부회장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던 때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이 모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정 부회장은 당시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현재 시점에서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을 맡게 된 정 부회장은 글로벌 협업과 ICT 융합을 그룹 전반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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