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발표 이후 세입자에 세부담 전가 우려 확산
“수급상황 등 고려하면 안정세 지속 가능서 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에 서울 강남권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13 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시장 수급 상황은 물론 세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전세시장은 현재와 같은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은 0.38% 상승했다. 지난 2월(0.04%)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남권 전세시장은 올 3월부터 7월까지 약세를 보였다. 서초구 등 일부 지역은 재건축 이주수요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연말까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2월 헬리오시티 입주가 예정돼 있어 일대 전세가격이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축 이주 등 전셋값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사는 9·13 대책에 따른 강남권 전세시장 영향이다.
정부는 9·13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정부는 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현행보다 0.1~1.2%포인트(p) 인상했다. 공시가격 기준 9억8000만원(합산 시가 14억원)부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9억8000만원의 조정지역 내 2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현재 94만원에서 144만원으로 50만원 늘어난다.
서울 전역이 조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고가주택이 상대적으로 밀집해 있는 강남권에 그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는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상당인 시가 13억원 초과 아파트는 20만1741채다. 이 가운데 약 80%인 16만1266채가 강동구를 제외한 강남3구에 몰려 있다. 고가 다주택자의 세부담 증가는 기재부의 추산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강남권 다주택자의 늘어나는 종부세 등 세부담이 자칫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초구 B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박모씨(34)는 “내년 3월이 전세 만기인데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오르긴 오를 텐데 얼마나 오를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부담 전가 등의 우려가 있지만,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전세시장은 현재의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집주인들이 9·13 대책에 대한 대응으로 전세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할 수 있으나 수급 상황이 불리하게 형성돼 있다”며 “대체 주거지의 공급 증가, 기존 주택의 가격급등으로 세입자들의 지불능력 한계로 전셋값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가 기존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확대 역시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임대사업자 등록 추이는 가파르다. 지난 17일까지 서울 강남3구 임대사업자 등록건수는 2604건이다. 8월(886건)의 약 3배 수준이다. 이달 초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는 국토부의 발표 이후 다주택자의 등록이 급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폭이 5% 이내로 제한돼 세입자의 재계약 부담은 줄어든다”며 “(등록 임대주택은) 사실상 전월세상한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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