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이버 등 황제주를 포함해 올해 액면분할 단행과 계획 발표가 있따르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주가는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액면분할을 통해 재상장한 기업은 35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상장 후 20거래일 후의 주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31곳의 주가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1.54%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액면분할이란 주식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지칭한다.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납입자본금에 변화가 없어 기업 가치는 그대로지만 발행 주식 수가 많아지면서 유동성이 확대된다. 무엇보다 1주당 가격을 낮춰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드림으로써 주식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액면분할=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들 31곳 가운데 65%인 20곳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종목별로 보면 크루셜텍(-31.08%), 씨엔플러스(-24.00%), 아이오케이(-21.19%), 보령제약(-17.44%), 대성미생물(-16.50%), JW생명과학(-15.84%), 글로벌텍스프리(-15.00%), 성지건설(-14.13%), 넷게임즈(-13.53%), 이노인스트루먼트(-12.09%), 대한방직(-10.92%) 등 11곳이 액면분할 재상장 단행 후 20거래일 동안 10% 넘게 빠졌다.
디에스티(-8.66%), 한국프랜지공업(-7.73%), 한익스프레스(-6.82%), 까뮤이앤씨(-6.48%), 만도(-5.52%), 세원(-4.52%), 한국철강(-2.92%), KISCO홀딩스(-2.43%), 삼성전자(-1.16%) 등 9종목도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 상승 호재를 누리기는커녕 주가가 되레 하락했다.
반면 앙츠(53.55%), 코스모신소재(39.16%), 아난티(26.60%), 휠라코리아(19.92%), 전파기지국(18.79%), 한국가구(18.29%), 경동제약(7.23%), 다이오진(4.69%) 등 8종목은 약진했다. 경남스틸, 나노 등 2종목은 보합세였다.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액면분할로 인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당시 250만원 안팎의 주가 때문에 액면분할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50대 1로 주식을 분할한다면 주당 가격이 약 5만원으로 줄게 돼 개미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후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즉 투자자들이 액면분할이라는 착시 효과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미중 무역전쟁 등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주된 이유다”라고 꼽으면서도 “일각에서는 개미 비중이 높아지자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가 예측에 어려움을 느끼고 담는 것을 꺼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10위권의 네이버도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당 액면가를 5분의 1인 1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70만원이 웃도는 주가는 10만원대 초반으로 낮아지게 된다. 네이버는 내달 8∼11일 3영업일간 거래 정지 기간을 거친 뒤 12일 재상장된다.
그러나 네이버도 액면분할의 약발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액면분할이 이벤트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증시가 상승하면서 주가가 높아지자 고가주를 중심으로 액면분할에 나서고 있다”며 “원래 액면분할을 하더라도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주가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시가 수급이 좋을 때는 액면분할로 상승할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최근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띰에 따라 주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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