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美 연내 연 2.5%까지 올릴 가능성… 한국과의 격차 1%P 벌어질수도
한은도 금리인상 필요성 알지만 성장-소비-고용 나빠 깊은 고민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높이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통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그만큼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쪽으로 ‘깜빡이’를 켰지만 성장 소비 고용 등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는 연내에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 금리가 연 2.25∼2.5%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1.5%)보다 1%포인트까지 금리가 높아지게 된다. 2006년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의 격차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 것은 3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리면서부터다. 이후 미국은 예정대로 추가 인상에 나선 반면에 한국은 금리를 계속 동결해 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까지는 환율 등 다른 요인으로 버텼지만 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더 이상 유출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6년 5∼7월 한미 기준금리 차가 1%포인트로 커지자 증권·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순유출액은 8조2000억 원에 달했다. 코스피도 8.6% 하락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6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커지면 외국인 투자 자본 15조 원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 유입된 단기 자본인 포트폴리오 투자를 8조 원, 직접투자는 7조 원 등 총 15조 원(국내총생산 대비 0.9%) 정도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신흥국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 경기도 점진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할 때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는 외국인 자본에 대한 유출 압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를 남겨둔 한국은행은 고민에 빠져 있다. 7,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는 등 인상을 위한 분위기는 조성했지만 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성장, 소비, 고용이 호조를 보이며 자연스럽게 금리를 올리는 미국과 달리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8월 고용동향에서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이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1.4%)보다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다음 달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9%)를 더 낮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모순이다. 한은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총리가 금리를 언급한 뒤 첫 금통위(10월)에서 바로 금리를 인상하면 ‘정부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진한 고용과 하반기 성장률 둔화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부담이 있다”며 “연내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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