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노무 ‘로봇 자동화’ 바람
출장비 정산-고객·계약 관리… 대기업-금융권 중심 속속 도입
자금세탁방지 등 분야 넓어져
“사람은 창의적 업무에 집중”
포스코ICT 노무후생팀은 최근 도입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솔루션 덕분에 출장비 정산에 드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존엔 직원이 출장지 주소를 일일이 입력했지만 이제 RPA가 출장지별 최단거리를 조회해 사내 여비 지급 기준과 자동으로 비교해준다. 입력 실수로 잘못 청구된 건까지 정리해 전산 정정 전표도 작성한다. 이를 통해 해당 업무에 드는 시간이 연간 650시간에서 80시간으로 88%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정근로시간(8시간)으로 따지면 70여 일 치 노동량이 절약된 셈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기업에선 업무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정산 검증 등 단순작업은 RPA 같은 ‘디지털 노동’에 넘기고, 직원들은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RPA는 사람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소프트웨어(SW)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는 것으로, 시간을 절약하고 오류도 줄일 수 있다. 피크 시즌 초과근로를 줄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기술사전검증(PoC)이 시작돼 올해 대기업 위주로 도입이 본격화됐다.
○ 단순 업무 많은 금융권부터 속속 도입
RPA 도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금융권이다. 은행의 비대면 고객 대응 분야, 보험사의 고객·계약관리, 카드사의 신규 가맹점 등록 업무 등에 주로 적용된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복사, 계산 등 손이 많이 가는 카드 국제 정산 업무에 RPA를 도입해 20%가 넘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 업무에, KB국민은행은 매물 실소유자 정보 검증 등 까다로운 업무까지 RPA를 적용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포스코ICT와 손잡고 금융 특화 RPA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 기업실적, 주가동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숙련된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 걸리던 복잡한 금융데이터 분석을 5분 만에 처리한다.
최근엔 제조, 서비스 분야로 RPA가 확산되는 추세다. 포스코ICT는 지난해부터 출장비, 산재보험, 경조금 등 정산 업무와 공시 및 세무 모니터링 등 재무 업무까지 RPA를 적용하고 있다. LG CNS는 송장입력 시스템과 인사채용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계약서와 이력서 등의 정보를 추출해 시스템에 자동 입력하는 것이다. LG CNS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하루 평균 1000건 이상의 인보이스(계약서)가 발행되는데 상품명, 거래 상태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입력하는 데만 건당 10초 이상 소요된다. RPA를 도입하면 최소 3시간의 업무 시간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HfS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2억7100만 달러에서 2021년 12억2400만 달러로 4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주 52시간 맞아 중견업체도 관심”
회계, 인사, 노무와 같은 경영지원 분야에서 RPA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포스코, CJ제일제당, 한화토탈, 코오롱 등 대기업들도 RP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미화 포스코ICT 신사업개발실장은 “주로 제조와 생산에 적용되던 스마트 기술을 경영활동에 접목하려는 ‘스마트 매니지먼트’ 경향이 두드러지고 주 52시간 시대가 열리면서 300인 이상 중견기업들의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RPA 확산으로 인한 리스크 대비도 강조한다. RPA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정KMP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RPA도입과 함께 고부가가치 업무 전환을 위한 재교육 및 조직 변화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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