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2000년 이후 한국을 제치고 급격히 성장해 온 중국 조선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핵심인 가격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했고, 품질과 신뢰도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2008년 연간 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후 2011년도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8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781만 CGT(표준화물 환산 톤수)로 이 가운데 한국은 756만 CGT(43%)를 수주해 570만 CGT(32%) 수주에 그친 중국을 제쳤다. 조선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국이 독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무뎌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연간 9만5000위안(약 1540만 원)으로 한국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상하이 등 중국 남부 지역 조선소의 경우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연간 2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중국 조선소 관계자는 “10년 전보다 임금이 2배는 더 올랐다. 3년 전엔 선박 건조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였는데 최근엔 15% 정도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생산성까지 감안하면 중국의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박유상 연구위원은 “한국 근로자 1명이 할 일을 중국 근로자들은 2명이 해야 할 정도로 생산성 차이가 난다”며 “중국은 인력을 2배나 써야 하기 때문에 선박건조 비용 기준으로 보면 중국 임금은 한국 임금의 2분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장기 고용이 어려운 중국 기업 환경도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은 두 번 고용을 하거나 연속 10년 이상 고용하면 종신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조선사들은 장기 근속을 안 시키려 해 근로자 숙련도가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중국 조선소의 기술과 품질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도 상황 역전의 한 요인이다. 캐나다의 한 선주는 “중국은 용접 하나를 하는 데도 틈새를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 같은 배를 만들어도 중국엔 한국보다 선박감독관을 2배나 더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에 선박을 모두 발주해본 유럽의 한 선주도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 조선업체는 한국에 비해 기술력이 낮고, 납기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품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선박만 중국에 발주한다”고 말했다.
조선 전문가들은 중국에 드리워진 위기가 최근 몇 년간 한계 상황에 내몰렸던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은 사실상 몰락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중국이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선이 엔진 결함으로 운항을 멈추고, 기본 설계 능력이 부족해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이 한국 조선업계가 치고 나갈 기회”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송하동 선박생산운영담당 수석부장은 “글로벌 조선업계 불황에 해양플랜트 등 설비 과잉 투자 문제가 겹쳐 한국 조선업계가 어려운 것이지, 기술력에선 중국보다 몇 년 앞선다”며 “유가가 오르면 해양플랜트 수요도 늘어날 수 있는데 그땐 한국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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