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10개월째 하락세…정부 대응책 사실상 전무
“양도세 완화 등 필요…장기적으론 일자리·인프라 구축해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지방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이은 대책의 초점이 서울 등 수도권 일변도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시장은 수도권과 다른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집값은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하락세다. 하락폭도 지난해 12월 0.01%에서 지난달 0.17%까지 확대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구와 대전, 광주 등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 부동산시장은 초토화된 상태”라며 “집값 상승세가 뚜렷했던 부산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에서 대구를 비롯해 대전, 광주 전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값 하락세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방에서 집값이 상승한 지역은 대구(0.19%), 광주(0.29%), 대전(0.16%), 세종(0.07%), 전남(0.22%) 등에 그쳤다. 가장 많이 올랐던 광주가 서울 집값 상승률(0.6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동산업계는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정부가 지방 부동산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지방을 대상으로 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경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 만큼 지방에 대한 언급은 없을 수 있다고 해도 9·13 대책과 8·27 방안에서도 지방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무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들 대책 발표 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지방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인다며 맞춤형 대책을 예고해 시장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8·27 방안 발표에서 주요 내용 가운데 부산 기장군 내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한 것이 전부였다.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등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울산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은 미분양이 나기 일쑤고 집은 호가를 내려 내놓아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으니 활기를 많이 잃었다”며 “이런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다들 그냥 애써 잊고 지낸다”고 전했다.
지자체장 역시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정부 대책에 대해 지방의 현실을 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충북은 충남과 함께 전국에서 미분양주택이 많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도 8월 말 기준 1223가구에 달해 지방에서 충남(3065가구), 경남(2561가구), 경북(1957가구)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업계는 지방 부동산침체가 인구감소, 지역경제 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여서 보완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시장을 기준으로 같은 규제를 지방에 적용할 것이 아니라 맞춤형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역시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있어 분양시장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양도세 완화와 대출 등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들 대책은 단기적 방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지역 일자리와 인프라 조성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고민이다. 맞춤형 대책으로 불리는 ‘위축지역’ 지정이 자칫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지역 기반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축지역까지 지정되면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시장 참여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관리지역을 3개월에서 6개월로 강화하고 분양물량을 조절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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