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가의 57% 10조원 제시한 보잉사 저가입찰 작전에 밀려
“고용 창출” 美우선주의도 영향
KAI 주가 하루새 30% 급락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방산 비리와 수리온 결함 논란 등 잇단 악재를 털 기회였던 만큼 내부적으로 충격이 상당한 분위기다. 미국 외 해외시장 개척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27일(현지 시간) 미 공군은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보잉-사브(스웨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뛰어들었던 KAI는 탈락했다. 이번 입찰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을 가져가는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KAI 컨소시엄은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개량 모델 T-50A로 입찰에 참여했다. 보잉 컨소시엄은 N-381로 맞섰다.
KAI 컨소시엄은 보잉의 극단적인 저가(低價) 전략에 밀렸다. KAI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보잉사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로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미 공군의 APT 사업 예정가는 163억 달러(약 18조 원)였지만 보잉은 92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를 제시했다. 예정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번 수주는 향후 미국 해군 후속 기체 사업(약 33조 원), 제3국 수출시장 개척(약 50조 원) 등에도 영향을 미쳐 총 100조 원 규모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잉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번에 수주한 고등훈련기는 90% 이상 미국에서 생산될 것이고 미 전역 34개주에서 1만7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KAI 컨소시엄이 사업을 따냈다면 동체 등 주요 부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최종 조립을 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KAI 전현 임원들이 법정에 선 상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6월 미국 주요 언론은 KAI 주요 임원들이 지난해 뇌물수수, 횡령 등 방산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수주 실패는 취임 1년을 맞은 김조원 KAI 사장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방산 분야에 경력이 없는 감사원 관료 출신이라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KAI 주가는 전날(27일) 수주 기대감으로 꾸준히 올라 주당 5만 원에 마감했다가 28일 30% 급락해 3만51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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