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도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서울지역 집값이 폭등했을 때도 수도권 신도시 건설 계획을 내놨다. 이른바 1기, 2기 신도시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수도권 신도시는 노태우 정부가 1988년 5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발표한 ‘200만 호 주택 건설 추진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당시 부동산시장은 1986년 아시아경기 및 1988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대규모 개발사업과 ‘3저(저유가 저환율 저금리) 호황’으로 자금이 넘쳐났다. 또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였다. 급등한 전세금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정권 심판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에 당시 정부는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 마련을 목표로 청와대에 ‘서민주택 실무기획단’을 설치하고 신도시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이때 눈에 띄는 것은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배제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1기 신도시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그린벨트를 넘어서 조성됐다. 서울 도심으로부터는 20∼25km 떨어진 곳으로 결정됐다.
후보지와 개발 규모가 확정되자 토지 수용, 택지 조성, 아파트 건설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아파트를 짓는 게 지상과제였기 때문이다. ‘속도전’이 펼쳐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지어야 하다 보니 모래나 시멘트 등 건자재 파동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다.
판교 김포 등 2기 수도권 신도시도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됐다. 여기에 계획개발에 대한 수요도 작용해 친환경성이 강조됐다. 2기 신도시는 녹지나 각종 편의시설 면적이 1기 신도시보다 넓다. ha당 인구밀도가 110명으로 1기 신도시(233명)의 절반 이하다. 구릉 등 원래 지형을 유지해 불도저로 밀어붙인 1기 신도시보다 자연친화적이다. 1기 신도시에 비해 자족성을 많이 확보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벤처기업을 유치한 판교 등 신도시별 테마를 강조해 고용 및 자족 기능을 보완한 결과다.
하지만 일부 신도시는 주택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건설돼 미분양 문제가 대두된 곳도 있다. 관계기관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 협의, 주민 보상 등 협의 절차가 지연돼 건설 기간이 장기화되는 곳도 적지 않다. 정부가 1기 신도시 개발 때처럼 컨트롤타워가 돼 움직이지 않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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