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앞두고 대출을 비롯해 보유자금을 모아 내집 마련에 나선 가계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여유자금은 지속된 세수 호조에 힘입어 큰 폭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11조원으로 1분기(16조9000억원)에 비해 5조9000억원 축소됐다. 2009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역대 2분기 중에서는 201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번째로 적은 규모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2분기 가계의 여유자금이 축소된 것은 우선 빌린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규모는 27조6000억원으로 1분기(22조000억원)에 비해 확대됐다. 반면 자금운용 규모는 1분기 39조6000억원에서 38조5000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특히 금융기관 예치금이 같은기간 26조7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기존에 주택을 구입했거나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해 가계가 빚을 내고 예금 등을 깨서 관련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에도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여파다. 2분기 주거용 건물건설(명목·원계열) 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1분기(24조5000억원)보다 더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2015년 이후 가계 자금이 주택 투자에 쓰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순자금운용 규모가 예년에 비해 적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정부의 곳간은 두둑해졌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액은 13조1000억원으로 1분기(7조5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확대됐다. 국채발행이 줄어 자금조달 규모가 2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28조8000억원)보다 축소된 덕분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분기 총수입은 123조원으로 1분기(121조원)보다 2조원 늘었다. 통상적으로 정부의 여유자금은 1분기에 줄었다가 2분기에 확대된다.
기업들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9조9000억원)보다 확대됐다. 2분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일부 공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낸 탓이다. 일반 기업의 투자가 지속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우 투자 확대 등을 위해 자금을 외부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아 순자금조달로 기록되는게 통상적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14조원으로 전분기(17조3000억원)보다 축소됐다.
한편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5로 전분기(2.18)보다 하락했다. 이는 2012년 2분기(2.14)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금융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금융자산이 주가 하락 등으로 축소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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