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인터파크와 G마켓, 옥션이 3등분하고 있었던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에 SK텔레콤의 ‘11번가’가 후발 주자로 등장했다. 11번가는 ‘신뢰’를 무기로 내세웠다. 기존 오픈마켓은 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만 제공했고 제품 결함, 위조품 판매 등을 막을 제도는 없었다. 11번가는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일 경우 결제액 전액을 환불해주는 ‘위조품 110% 보상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11번가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인 2010년 말 거래액 3조 원, 시장점유율 28%로 온라인 오픈마켓 2위 사업자가 됐다.
11번가의 성공 뒤에는 당시 SK텔레콤 비즈개발본부장(상무)으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던 정낙균 플래닛일레븐(Planet11) 대표(56·사진)가 있었다.
정 대표는 2006년부터 11번가를 기획하고 사업을 총괄한 ‘11번가의 아버지’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SK플래닛에서 추진하던 인도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플래닛일레븐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달 27일 11번가의 ‘성공 DNA’를 인도에 이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 대표를 만났다.
플래닛일레븐은 올해 1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현재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자 및 도매 납품업체로부터 제품을 받아 제휴 소매점에 납품하거나,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두 가지 방식의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다. 1월 1000만 원의 거래액이 9월 2억4000만 원으로 뛰었다. 정 대표는 “인도 소비자들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식료품 구매에 쓰고 있어 그 수요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면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인도 시장에 눈뜬 계기는 최태원 SK 회장의 제안이었다. 최 회장은 “넥스트 빅 마켓은 인도”라며 두 차례나 정 대표에게 ‘옥중서신’을 보내 인도에 11번가를 진출시키자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민족성, 종교, 사회 인프라 등 모든 조건이 한국과 다른 인도는 세계 어느 곳보다 ‘험지’여서 망설였지만 시장 조사를 통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해 약 60조 원에서 2020년 112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인도에서 배송 지연은 부지기수고, 제품 이상이 발생해도 환불 및 교환을 해 주지 않는다. 콜센터 직원, 배송 직원을 경쟁사의 두 배로 쓰고, 교환 및 환불 등 사후 서비스를 갖춰 믿고 쓸 수 있는 플랫폼이란 신뢰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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