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을 앞둔 주요 대기업들이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위한 성과 평가에 돌입했다. 총수가 바뀌었거나 복귀한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기 인사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40~50대 ‘젊은 총수’ 시대와 빠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세대교체’가 올해 재계의 인사 키워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통상 매년 11~12월에 이뤄지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성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재계 맏형 삼성전자의 인사 시기와 폭이다. 올해 정기인사는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항로를 예상해볼 수 있는 가늠자다.
이 부회장이 석방 이후 인공지능(AI)·자동차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 매진해 온 만큼 사업 혁신 구상이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지난해처럼 11월 조기 인사가 단행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주요 사업부문의 CEO 인사가 단행된 만큼 올해는 부사장급 이하 임원을 중심으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말로 예상되는 LG그룹 정기인사도 관전포인트다. 만 40세인 구 대표가 총수로 올라선 후 단행하는 첫 인사여서다. 구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했다. 계열사별 임원 인사 평가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연말 인사에선 남은 4명의 부회장단 거취가 관심이다. 전망은 갈린다. 조직 쇄신을 위한 최고경영진 물갈이와 큰 폭의 후속 임원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당분간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는 ‘용인술’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많다. 예년처럼 구 대표가 11월 초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주재한 후 11월 말부터 계열사별 순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이 운전대를 잡은 현대차그룹의 물갈이 폭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2월 말 부사장급 이하 임원에 대해 정기인사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의 색깔이 인사에 반영된다면 상대적으로 인사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년 초 예정된 사장단 인사의 경우 잦은 수시인사로 인해 인재풀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변수다. 정 수석부회장의 전면 부상에 맞춰 사장단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당장은 사람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김용환 부회장 등 실세 전문경영인들이 구축한 기존 체제가 당분간 유지되는 선에서 사장단 및 주요 임원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SK그룹에서도 현재 계열사 사장단 인사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12월 중순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임원과 직원 인사가 이뤄진다. 2016~2017년에 걸쳐 CEO 대부분을 젊은 인물로 채운 상황이어서 올해도 인사 수요는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SK는 총수인 최태원 회장(58)을 비롯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58),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57), 박정호 SK텔레콤 사장(55) 등 주요 경영진 상당수가 50대다.
포스코그룹도 연내 사장단 등 임원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전망이 많다. 통상 연초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했지만 신임 최정우 회장이 키를 쥔 만큼 조직쇄신과 개혁을 위해 물갈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대내외 의견을 수렴해 취임 100일을 맞는 11월 초 개혁과제를 발표하고 쇄신과 혁신을 발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혁과제를 반영해 예년보다 빠른 연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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