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이낙연·김현미 금리인상 주장에 힘 받아
美 추가 금리인상 가속화 예고도 영향 미친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통위 간담회에 이어 또 금융 불균형 해소를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총재는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불균형은 이 총재가 꾸준히 우려한 요소였다. 그는 지난 8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아 금융 불균형의 정도가 쌓여가고 있다”며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금융 안정으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의 최우선 조건으로 성장률을 언급해 왔다. 그는 “경제 성장세가 그대로 가고 물가도 목표치인 2% 수준에 이른다면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방향을 결정할 때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성장률에 조금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융 불균형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금융 불균형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던 것이지만, 한 번 더 나왔다는 것은 시장에 긴장감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성장률이 대폭 내려앉지 않는다면 금융안정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결정(금리 인상)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내용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으로부터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과열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한은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나마 금리를 올리는 데 조금 더 힘을 받게 됐다.
또 미국과의 금리 역전 차이가 기존 0.5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이 내년까지 4차례 금리를 더 올릴 예정이다 보니 한은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4일(한국시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지만, 우리는 중립적인 지점까지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립을 지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선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연 2.00∼2.25% 수준인 데 비해 중립금리(장기적)로 여기는 금리는 3% 수준이다. 당분간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즉시 국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4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1.52%, 0.75% 하락했다. 파월의 발언을 두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받아들인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동향간담회에서도 내외금리 차 확대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논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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