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주식 투자 등을 해 줄줄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해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직원들의 금융거래 내규 위반이 대거 드러나면서 감독 기관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느슨해진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감시망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식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 거래 관련 내규를 위반해 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 최고 기구로서 금융사를 감시·감독하고 ‘신용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금감원 직원들이 오히려 내규를 못 지켜 한 달에 3명꼴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금감원 임직원은 내규에 따라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을 보유하거나 거래할 때 감찰실에 신고해야 한다. 감찰실은 이 신고를 토대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얻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금감원 직원은 매년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분기별로 10회를 초과해 거래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 직원이 이런 제한을 받는 것은 기업공시 정보를 비롯해 금융시장의 핵심 정보를 사전에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투자한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나 감독 등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직원 18명 중 17명은 주식 매매 사실을 전부 또는 일부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일부 직원은 분기별 거래 횟수 제한인 10회를 어기고 과도하게 거래하기도 했다.
징계 대상은 부국장 등 2급 직원이 18명 중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급 직원들이 오히려 내규에 더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투자의 핵심인 기업공시를 맡고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상호금융권과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검사나 감독을 맡은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징계를 받은 18명 중 14명이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촉구’를 받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내부 직원에 대한 징계는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나뉘며,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때 주의 촉구 제재를 내린다. 주의 촉구를 받은 직원은 딱히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10명이 넘는 직원 대부분이 2∼4년 전 내규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뒷북 징계’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금감원 감찰실이 스스로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감사원이 찾아내 금감원에 통보한 사례도 있었다. 18명 중 과태료를 낸 사람은 6명으로 이들이 부담한 과태료는 약 2110만 원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관리 감독하고 제재하는 금감원이 정작 자체 내부통제는 부실하다는 비판이 높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강도 높게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감독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초 공공기관 지정을 보류한 바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감원장은 개혁을 강조하지만 막상 직원들은 금융사와 유착돼 있는 경우가 있다. 직원들이 주식 투자 내규를 어기고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보는지 더 엄격히 조사하고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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