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가상현실(AR·VR), 5세대(G) 이동통신, 블록체인 및 자동차 부품사업 등과 관련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 같은 방향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다만 지배구조 단순화를 포함해 잡음을 최소화해야 하는 그룹의 여건상 업계의 판을 뒤흔들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통신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 기업 지랩스(Zhilabs)를 인수하며 글로벌 5G 인프라 확장에 나섰다. 구체적 지랩스의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원 30여명 규모의 벤처기업으로 대형급 M&A로 보긴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를 인수한 이후 올들어 첫 삼성전자의 M&A”라면서 “삼성전자 스타트업 기술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계속 이어졌지만, 2016년 이후 대형 M&A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벤처투자, 삼성카탈리스트펀드 등 투자조직을 통해 이스라엘 딥러닝업체 알레그로, AI업체 오디오버스트, 3D 카메라 솔루션 기업 ‘맨티스 비전, 스웨덴의 AI기반 이미지 및 지도제작 스타트업 맵필러리, 미국 증강현실(AR) 이모지업체 룸.AI, 머신러닝 기업 타머, 헝가리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AI모티브 등 여러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하지만 M&A 자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서 삼성은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했지만, 2016년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후 눈에 띄는 사례는 없었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최종결정권자가 부재했던 탓이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중반 M&A가 가장 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이 최고결정권자가 된 2014년부터 구속 직전까지 2년간 30여건에 달하는 M&A를 단행했다. 매각을 제외한 주요 인수 건수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2건에 이른다.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예스코일렉트로닉스, 조이언트, 애드기어, 비브랩스 등 기존사업과 시너지, 신성장동력 차원의 지분투자가 잇따랐다. 사업 분야도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모바일 결제 솔루션, 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클라우드 서비스, 프리미엄 가전,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으로 다양했다.
메가 딜(mega deal)도 나왔다. 2016년 11월 음향·전장기업 하만을 품은 것이 대표적이다. 인수 총액은 80억달러(약 9조원),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해 럭셔리 가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앞서 삼성이 지난 8월 인공지능(AI), 5G, 전장, 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산업에 25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M&A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 관계자는 “투자액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해외 생산거점 투자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20조원은 인수합병 비용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삼성이 20조~30조원을 M&A 비용으로 책정했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4대 성장사업으로 밝힌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 사업에서의 대어급 M&A 소식이 조만간 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가전사업 강화를 위해 해외 럭셔리 소형가전 브랜드를 인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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