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석유화학 제품인 에틸렌 가격이 급락하면서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 ‘빅2’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잇따른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 원자재인 원유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2, 3년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 업종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 태양광 등 ‘비(非)화학’ 업종을 강화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석유화학업계 “호황기 끝”
1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에틸렌 가격은 t당 1100달러(약 123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선 20%, 바로 전주와 비교해도 5.6%나 떨어진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려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년 가까이 지속됐던 호황이 끝나고 하락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핵심 수출 대상인 중국의 수요가 감소한 데다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마진이 급격히 떨어졌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과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의 차이)는 지난 3년간 t당 600∼800달러를 유지해오다 최근 들어 380달러 선으로 반 토막 났다. 에틸렌뿐만 아니라 나프타 부산물로 만드는 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마진 역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까지 호황을 누렸던 석유화학업계의 영업이익도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5800억∼6118억 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5%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100%에 가까웠던 글로벌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2년 내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가 단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에틸렌 가격은 등락을 반복할 수 있지만 최근 겹친 악재는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지속되는 무역 분쟁을 감안하면 석유화학 업황의 하락기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역시 11월 시작되는 미국의 제2차 대이란 제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암살 의혹 등 정치적 상황이 겹쳐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원자재 다변화·비화학 포트폴리오 강화로 대응
국내 업체들은 원자재 다변화와 비화학 분야 투자에서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유가 영향을 받지 않는 천연가스, 셰일가스 기반의 생산설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스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호 보완하는 포트폴리오”라고 설명했다. 또 2015년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등에서 생산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소재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연내 흑자 전환이 전망되는 배터리 사업을 확대한다. 최근 여수공장과 폴란드공장 증설에 이어 중국에도 배터리 제2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한화첨단소재와 한화큐셀코리아를 합병하는 등 태양광 사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익성 회복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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