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 300개-사내 200개 선발 육성
올해 AI-로봇 등 사외 15개 뽑아… 입주공간 빌려주고 최대 1억 지원
선발된 업체 “삼성과의 협업 기대”
유아 지능 발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두브레인’은 다음 달 서울 서초구의 삼성전자서울연구개발(R&D)캠퍼스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의 지원 범위가 사외 스타트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두브레인도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두브레인이 C랩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은 삼성전자와의 협업이다.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캄보디아, 탄자니아 등 개발도상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발달 지연 아동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한 삼성전자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가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 있는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의 C랩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C랩을 사외 스타트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한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이고, 200개는 기존 C랩처럼 삼성전자 임직원이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지원 대상이다.
C랩 아웃사이드(사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삼성전자로부터 입주공간과 최대 1억 원의 지원금, 멘토링 등을 제공받는다. 올해는 두브레인을 비롯한 15개의 사외 스타트업이 공모전을 거쳐 선발됐다. 과제 선정 분야도 반려 로봇 개발 업체 ‘서큘러스’, 건강관리 솔루션 업체 ‘피트’, 인공지능(AI) 튜터봇 ‘에그번 에듀케이션’ 등 헬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로봇, AI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반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은 “삼성전자에 하드웨어 노하우가 많다보니 기존 C랩 과제 중 하드웨어가 70%를 차지했는데 AI, 딥러닝 등 소프트웨어 분야의 스타트업 선발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사내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 사업화에 연계하기 위해 2012년 시작한 C랩을 사외로 확대한 이유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이 상무는 간담회에서 “C랩 과제를 수행했던 130명의 직원이 스핀오프(분사)해 나가 170명을 채용했다. 현재는 C랩 출신 스타트업 중 규모가 큰 곳이 25명 수준이지만 회사가 더 성장하면 100명, 1000명으로 늘어 채용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확대는 공간제공 등 물리적 차원보다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를 스타트업이 체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제조기업으로서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양산 기술과 세계적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중국의 샤오미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업 중 하나로 이미 ‘샤오미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자사의 유통망을 활용해 지원 스타트업의 제품을 판매해주거나 양산 과정을 돕듯이 삼성전자도 보유한 글로벌망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이다. 임 센터장은 “최근 대기업이 스타트업, 대학 등 외부 기관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사외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내부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공받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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