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R&D법인 분리는 GM의 韓 철수 수순 주장
산은은 경쟁력 측면에선 공감, 다만 절차상 문제 제기
한국지엠(GM)의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반대하고 있지만 이유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시장 철수 프레임으로 보는 노조와 달리 산업은행은 R&D 부문 강화 등 경쟁력 제고 방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아서다. 이해관계자 설득 등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게 산업은행 입장이다.
GM과의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법인 분리 문제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산업은행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지엠은 19일 서울 모처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R&D 법인 분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지엠 이사회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R&D 법인 분리를 의결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방안에 그동안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보여 왔으나 노조가 주장하는 한국 철수 수순 프레임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7억5000만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에서 GM과의 협의 때 포함되지 않은 R&D 법인 분리를 검증 없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법인 분리가 한국지엠 경쟁력 강화 및 경영정상화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상세한 근거를 요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GM에 법인 분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통보해달라고 요청해 답변이 왔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협의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 요구는 법인 분리가 한국지엠의 경쟁력 제고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라며 “이 조건이 충족되면 산업은행도 협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생산공장 분할매각 등을 우려하는 노조 반대 이유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해관계자 설득 등이 이뤄지고 법인분리가 경영정상화 계획에 부합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인분리 방안이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합의안에 배제된 배경을 살펴보면 산업은행 의도는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법인분할안은 산업은행과 GM간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합의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나왔다. GM이 기본계약서 협의 마지막 날 이를 제안하자 산업은행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단 합의를 보류했다.
이동걸 회장은 법인 분할 문제가 기본계약서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경영정상화 이행 합의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양쪽 입장이 다르니 법적으로 논의하고 협의를 해보자는 게 산업은행 뜻이라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19일 예정된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인분리안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닌 소수 주주권 침해 등 우려를 해소하는 논의 시간을 가지자는 취지에서 제기했다는 의미다. 주총에서 우선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이 노조처럼 ‘한국 철수’ 프레임으로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총에서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10년간 투자 계획 등에 따라 GM의 시장 철수 의지가 없다는 점에는 산은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총은 산은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고용보장, 장기적 사업방안 등을 재차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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