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코드 보고서’에… 금융권 화들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금융발전이 사회적 불평등 유발” “취업자 감소는 인구구조 탓”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잇달아 발표한 보고서가 금융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각 보고서에는 “한국의 금융 발전이 지속되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과 최근 ‘고용 참사’와 관련해 “단순히 취업자 수 증감만으로 고용 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연구원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코드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금융연구 9월호’에는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금융 발전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을 통해 공급한 민간신용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20%이면 금융 발전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지만 한국(2015년 기준 137%)처럼 100%를 넘어서면 오히려 금융 발전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불평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 포용성 확대, 금융업 종사자의 지나친 급여 인상 경계 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내용은 금융 당국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금융 당국도 ‘포용적 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산업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할 때”라고 밝히기도 했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0일 작성한 보고서 ‘인구 구조 변화가 취업자 수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감한 것은 최근 3년간 20∼59세 인구가 줄어든 것이 뒤늦게 고용 통계에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16, 2017년 중국인 관광객 특수와 부동산 경기 등으로 이 연령대 취업자 수가 예외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고 봤다. 보고서는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을 분리하지 않고 고용 상황을 평가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고서는 최근 취업자 수 급감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감소치가 누적됐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는데 왜 지금 반영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인구 구조만으로 취업자 수를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 참사의 원인을 두고 인구 구조 변화뿐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영향이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나온 상황에서 금융연구원이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과 교수의 의견을 모아 연구 결과가 실리는 것이지 다른 이유로 보고서가 배포되지 않는다”며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금융#코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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