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대비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70%, 단독주택 50% 선이다.” 그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이 실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정부가 해 온 말이다. 동아일보가 22일 입수한 한국감정원의 ‘2017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자료를 보면 전국의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공동주택 70.0%, 단독주택 51.9%)은 정부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가 컸다. 토지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위 서울(74.0%)과 17위 제주(41.1%)의 격차가 32.9%포인트, 단독주택은 1위 세종(61.6%)과 17위 제주(43.1%)의 격차가 18.5%포인트에 달했다.》
○ 지역별 편차 큰 토지, 단독주택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와 단독주택에서 지역 편차가 뚜렷했다. 우선 토지는 서울 대전(73.4%) 인천(65.4%) 등이 높고 제주 경남(53.8%) 울산(55.8%) 등이 낮았다.
현실화율이 차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토지는 아파트보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공시가격 결정에 개인의 ‘주관’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 곳이 크게 올랐다고 해서 같은 지역의 다른 곳이 똑같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다. 감정원은 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부동산마다 특성이 달라 조사하는 사람이 자료를 수집해 판단하는 적정 시세의 수준과 실제 시세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통상 공시가격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관행’도 현실화율 격차를 불렀다. 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춰 올리면 항의가 엄청나 일부러 낮게 올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제주 지역의 부동산 현실화율이 전국 최저 수준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독주택은 전국 평균 현실화율(51.9%) 자체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매우 낮다. 노후화된 주택이 많아 더 보수적으로 공시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고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64억5000만 원에 거래된 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16억 원으로 시세 반영률이 25% 정도인 사례도 있다.
반면 아파트는 지역별로 70% 안팎에서 현실화율이 고르게 나타났다. 세부 지역별, 개별 물건별 현실화율은 차이가 나지만 평균은 비슷했다. 서울 강남처럼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곳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따라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와 단독주택은 상태에 따라 공시가격이 천차만별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시세는 같은데 세금은 두 배
지역별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다르면 세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많은 부동산세를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아일보가 신한은행에 의뢰한 결과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 비율에 맞춰 보유세를 낼 경우 시세 10억 원짜리 서울 토지를 가진 사람은 재산세(234만 원)와 종합부동산세(77만 원) 등을 합쳐 373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 제주는 같은 가격의 토지를 보유하더라도 납부 세액이 142만 원에 그친다.
단독주택도 비슷하다. 세종은 10억 원짜리 주택의 세금이 102만 원이었지만 제주는 56만 원에 그쳤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내년에 강화된 세법개정안이 적용되면 지역별 세금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감정원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시가격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할 때 일괄적으로 80%로 적용하는 주택공시비율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공시비율은 공시가격 조사자가 산정한 집값에 일정 비율을 곱해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추는 작업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8개 복지제도 수급자 선정 등에 연동돼 있기에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며 “토지와 주택, 아파트를 구분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적정 현실화율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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