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특별수행단이 친목모임 ‘고려회’를 결성하고 첫 모임을 가졌다. 징치권 인사들은 다수 참석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부담감을 느낀 듯 대부분 불참했다.
이번 모임은 첫 회동인 만큼 주로 북한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회포를 푸는 자리가 됐다. 이들은 모임의 정례화를 위해 내년 1월 다시 만나기로 결정했다.
23일 오후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은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날 만찬 자리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 특별보좌관가 제안하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연락을 취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 위원장은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다녀온 소회를 푸는 자리다. 백두산을 다녀와서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왔다”며 “오늘 자리는 친목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치권 인사들은 빠짐없이 참석했지만, 재계 총수들은 부담을 느낀 듯 불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다만,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불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일 캐나다 출장 이후 귀국하지 않았다. 박용만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길에 동행한 이후 귀국하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회장도 사내 일정으로 불참의사를 전했다.
재계 인사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외에도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52명의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단 가운데 20여명이 모였다.
장 위원장은 재계 총수들이 대부분 불참한 것에 대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더 부담을 느낀 것 같다”며 “과도한 관심을 보이면 모임이 유지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특별수행단 친목모임 이름은 ‘고려회’(가칭)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이정미 대표는 “평양방문 이후 참석하신 분들이 고려 호텔에 묵었기 때문에 고려회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방북단 숙소 이름을 딴 ‘주암회’와 ‘보통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특별수행단이 머물렀던 고려호텔의 이름을 딴 ‘고려회’가 만들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번 모임은 문 특보가 제안해 마련됐다. 문 특보는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1차 정상회담 다녀오신 분들이 ‘주암회 ’모임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사례를 두고 우리도 그런거 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다른 의미 부여할 것은 없다. 친목회 모임이고 어떻게 운영할지 토론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번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는 친목회라고 선을 그엇다. 그는 “오늘 모임은 친목회 모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모임이 정부 관계자가 주도하는 ‘공식’ 모임이 된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정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7시께 시작된 만찬은 오후 9시를 넘겨서 끝이 났다. 만찬 자리에서는 백두산 방문과 옥류관 냉면이 화제로 올랐다. 다소 긴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참석자 모두 북한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번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내년 1월 다시 만나기로 뜻을 모았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우선 내년 1월에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도 “북에 다녀온 뒤 처음 만나서 뒷풀이는 하는 자리였다. 편하게 북한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눴다”며 “(남북관계 등) 특별히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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