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 등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5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빌린 돈은 모두 6조8000억 원이며 대출 최고금리는 연 120%나 됐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아 금리 상승기에 상환 불능에 빠지는 취약계층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불법 사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정부가 불법 사금융 실태를 공식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와 한국갤럽은 지난해 말 19∼79세 5000명을 대상으로 불법 사금융 이용 여부, 대출 규모, 이자 등을 조사해 실태를 추산했다.
불법 사금융 시장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6조8000억 원이었다. 이용자는 약 51만9000명으로 전체 국민(5181만8000명)의 약 1.0%를 차지했다. 등록 대부업까지 포함하면 이용자는 124만9000명, 대출액은 23조5000억 원이나 된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남성(62.5%)이 여성(37.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소득별로는 월소득 2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이 20.9%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26.9%)가 가장 많았고 50대와 60대 이상이 각각 26.8%로 뒤를 이었다.
특히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상환 능력이 부족한 60대 이상이 많아 상환 불능에 빠지는 노년층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0대 이상 이용자 중 49.5%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5.7%는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은 목적은 사업자금 용도(39.5%)가 가장 많았다. 이어 생활자금(34.4%), 다른 대출금 상환(14.2%) 등의 순이었다.
불법 사금융 업체의 대출 금리는 연 10∼120%로 다양했다. 조사 당시 기준으로 법정 최고금리(27.9%)를 넘어선 대출 비중은 36.6%나 됐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 중 8.9%는 야간 방문이나 공포심을 조성하는 불법 채권 추심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보복을 당할 우려 등으로 이 중 64.9%가 “신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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